특검 수사에 따른 삼성의 경영 차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잇따른 압수수색으로 임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데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장시간의 압수수색을 받느라 그룹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삼성특검팀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들이닥친 시간은 15일 오전 8시50분. 특검팀은 이때부터 본관 로비에 빨간줄을 친 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으며 수색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이처럼 특검팀이 삼성의 '심장부'인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날 하루 삼성의 경영 활동은 '올스톱'됐다.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미래 전략을 짜고 계열사의 투자 계획 심의ㆍ조정과 임원 인사도 담당하고 있다.

이학수 부회장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전략기획실은 재작년 3월 구조조정본부에서 이름이 바뀌었으며,조직도 5개팀에서 3개팀(전략지원팀 인력지원팀 기획홍보팀)으로 축소됐다. 전략지원팀은 김인주 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 그 아래 경영지원과 경영진단 담당(최주현 부사장)으로 다시 나눠진다. 경영지원 담당은 계열사 재무담당,경영진단은 계열사 감사업무를 수행한다.기획홍보팀은 브랜드 전략과 기업이미지 확립 등 전략업무를 수행하고,인사지원팀은 핵심 임직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인재 확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동안 일부 관련 임직원들은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회사 주위를 배회하기도 했다."어차피 일을 못할 바에야 차라리 휴가를 가는 게 낫겠다"는 푸념들도 터져나왔다. 한 직원은 "그룹 본사에 이어 핵심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어질 텐데 그때마다 관련 임직원들이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면 그룹 전체적으로 경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압수수색 관행이 컴퓨터나 관련 자료를 통째로 압수하던 것에서 필요한 자료만 다운받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시간이 2~3배가량 더 걸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전날 승지원에 이어 전략기획실과 이건희 회장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당하자 "올 것이 왔다"면서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