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를 파헤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며 제도개선책을 15일 내놓았다.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발표한 '제약업계 공정경쟁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개선'의 골자는 제약사의 '시판후조사(PMS)' 제도의 악용방지와 저가구매인센티브 도입이다.연내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공격적인 영업을 해온 일부 제약사들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개선안 일부가 이미 시행이 예상된 내용인 데다 개선안 자체도 리베이트를 뿌리뽑기에는 미흡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사실상 시판후조사 관리감독 강화

지금까지는 신약만 PMS 진행 의무가 있었다.때문에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개량신약과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PMS를 진행할 경우에는 정부가 아무런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았다.일부 제약사들은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PMS를 리베이트 수단으로 악용해왔다는 사실이 지난해 공정위의 리베이트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즉 의사들에게 PMS에 참가하는 사례비 명목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건넨 것.그러나 앞으로는 제약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개량신약과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PMS도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키로 했다.제약사의 PMS 계획을 사전에 보고토록 하고,진행 과정도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저가구매인센티브는 제약사가 약을 구매하는 병원에 주는 불법 리베이트를 정부가 합법적으로 주는 제도다.즉 보험약가 상한액이 100원인 약을 병원이 가격 협상을 통해 80원에 사면,그 차익 20원의 일부를 정부가 병원에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실효성 의문

공정위 개선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새로울 것 없다"는 반응이다.개선안 중 대부분이 오랫동안 논의됐던 사안인 데다,리베이트의 '돈줄'이 되는 제네릭에 대한 과다한 마진을 수술하지 않고선 리베이트를 근절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

하지만 제약업계는 저가구매인센티브가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100원짜리 약을 80원에 팔면 보험약가 자체가 80원으로 깎이는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구매인센티브를 시행하면 결국 제약사는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MS제도를 신약등재 심사와 분리키로 한 데 대해선 국내 제약사들은 환영했다.그동안 PMS 기간 동안 제네릭 의약품이나 개량신약의 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 제도를 특허연장 수단으로 활용해서다.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PMS제도와 신약등재 심사를 분리하면 제네릭 의약품이나 개량신약 출시 시점이 지금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용어풀이 ]

시판후 조사(PMS):신약이 시장에 출시된 후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할 부작용을 제약사가 조사해 의무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토록 하는 제도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