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안승원 UBS 주식영업부 전무가 전하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최근 분위기다.외국인은 지난 3일 이후 15일까지 9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이날도 운수장비 전기전자 철강업종을 중심으로 35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국내 증시가 싸지긴 했으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일부 외국인은 한국을 떠나 성장성이 높은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외국인의 이 같은 시각이 당분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뒷짐 진 기관,떠나는 외국인

외국인의 공격적 매도는 15일 국내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가 제한적인 가운데 코스피지수를 18.93포인트(1.07%) 끌어내렸다.이날 밤 공개될 미국 씨티그룹 실적과 12월 소매판매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24조7117억원어치를 내다판 데 이어 올 들어서도 2조7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이로써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10일 기준 31.72%까지 추락했다.2001년 1월12일 31.1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남우 메릴린치 리서치부문 대표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쪽에 관심이 집중된 반면 한국은 간헐적으로 한두 번 물어오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유는 성장성에 있다.이 대표는 "작년에는 조선이나 해운 등이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국내 기업 중 이익증가율이 20%가 넘는 종목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이머징마켓은 성장성을 보고 사는데 국내에 관심을 끌 만한 주식이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다.

대만의 매력이 부각되는 점도 국내 증시에서 보면 부담이다.백재욱 JP모건 주식부 본부장은 "대만 총선에서 국민당이 압승하면서 양안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만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싸지만 더 보고 사겠다"

이 대표는 "외국인 순매도세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신정부에서 가시적으로 경제를 살려 기업이익 증가율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야 재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무는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이제 살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질문이 많아지고 있다"면서도 "국내 증시의 바닥을 확인하고 들어오려는 눈치"라고 전했다.백 본부장은 "국내 증시 저평가는 이미 3년 전부터 나온 묵은 얘기"라며 "오는 4월 총선까지는 큰 촉매제 없이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쉽게 사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은행이나 건설 등 내수주는 외국인의 관심이 높다는 전언이다.안 전무는 "은행주는 너무 싸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조선주도 낙폭이 커 기술적인 반등을 겨냥한 매수 시점을 조심스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눈 높이만 낮추면 국내 증시도 나쁘지 않다고 전망했다.백 본부장은 "미국 경기가 올 2분기부터 회복되면서 국내 기업 실적도 개선돼 하반기에는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