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가 가시화되면서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에서는 올 들어 거래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매도·매수자 모두 세금 인하 확정 이전에는 움직이지 않겠다며 매매시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은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서울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지역이어서 최근 거론되는 양도세 감면 효과가 가장 큰 곳이다.

15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집주인들이 양도세 완화가 확정된 이후에 주택을 팔기 위해 매물을 회수하고,매수자도 취득·등록세 할인을 기대하며 구입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거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중개업계에서는 이 같은 세금 문제가 정리되기 이전까지는 거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A공인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1주택 보유자이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혜택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며 "작년 추석 이후 거래가 소폭 살아났다가 최근엔 매도자의 절반 이상이 매도 계획을 취소하면서 거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B공인 관계자도 "이곳 주민들 가운데는 자녀가 장성해서 이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이들 대부분은 매도시기를 양도세 감면 확정 이후로 미루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추진하는대로 1주택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액이 양도차익의 최대 80%로 높아지면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 이상의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는 설명이다.

집을 살 사람도 거래세 완화를 예상하며 매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매수자들은 현행 2%의 취득·등록세가 1%로 떨어지면 10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거래세가 1000만원 정도 줄어드는 효과를 본다.이처럼 집주인들이 양도세 인하 혜택을 받으면,매수자 입장에서 가격협상을 할 때 유리할 것이란 기대감에 매입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권엔 현재 서울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의 55%(19만4412가구)와 9억원 초과 아파트 72%(12만961가구)가 몰려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