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실적 발표와 기업설명회(IR)를 하는 날 압수수색을 하다니요.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삼성 특검을 생중계할 일 있습니까."

삼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특검'의 불똥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튀었다.국내외 투자자와 주주,언론 등을 상대로 지난해 실적 발표와 올해 사업계획 등을 설명하는 IR 당일 삼성전자가 입주해 있는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압수수색으로 인해 이날 실적 발표 효과가 반감된 것은 당연한 일.전 세계 투자자들은 실적보다는 특검에 관심을 더 쏟았다는 후문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15일 실적 발표가 끝난 뒤 삼성 본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전에 전 세계 투자자 200여명을 전화로 연결해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던 중 특검의 압수수색이 이뤄진다는 비상벨(긴급보고)을 받았다"며 "컨퍼런스 콜에도 집중하지 못했고 (특검 문제로)경영계획도 확정짓지 못해 설비투자 계획을 밝히지 못하는 등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발표회에서 경영계획을 내놓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수사로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하자 해외 투자자들이 상당한 실망감을 드러냈고,이러다 한순간에 투자자들이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주 부사장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행사가 차질을 빚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전 세계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압수 수색이 진행돼 삼성전자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IR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투자 계획,전망은 물론 세계 반도체 시장의 시황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행사"라며 "이런 날을 골라 압수 수색한 특검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계와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수사에 따른 삼성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해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실적 발표일에 압수 수색을 하게 돼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아쉬워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특검의 광범위한 압수 수색으로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의 경영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걱정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가격 급락에도 불구하고 LCD 휴대폰 디지털미디어(DM) 부문의 선전으로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 세계 전자업체로는 지멘스 휴렛팩커드(HP)에 이어 세 번째로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연간 본사 기준으로 △매출 63조1800억원 △영업이익 5조9400억원 △순이익 7조4300억원을 달성했다.

해외법인 연결기준 매출은 사상 최대치인 1034억달러(약 96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