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이 자신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간의 대화록 유출 사건에 직접 관여한 책임을 지고 15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언론에 면담록이 보도돼 물의를 야기한 데 대해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대통령 선거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김 원장이 방북,김양건 부장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담은 인수위 보고 문건이 지난 10일 언론에 공개됨에 따라 그간 자체 감찰조사를 진행해왔다.

김 원장은 문건 유출 경위와 관련,지난 5일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방북 배경을 보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대화록을 작성,인수위에 보고한 뒤 같은 문건을 모 언론사 간부 등에게 비보도 자료로 제공했다고 시인했다.김 원장은 이에 대해 "방북 사실이 공개되면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풍 공작 의혹이 제기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사의 표명으로 유야무야될 사안이 아니다"면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 소재가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차기 국정원장에는 김영삼 정부에서 안기부 안보통일보좌관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교수와 함께 송정호 전 법무장관,현인택 고려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국정원은 이수혁 제1차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김 원장이 유출한 대화록을 입수해 분석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지영/노경목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