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5일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그룹 본사와 이태원동 이건희 회장 자택 등 총 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전날 이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그룹의 '심장부'를 모두 뒤진 것. 특히 이 회장 자택과 집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특검 수사의 강도가 매우 세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략기획실 등 그룹의 심장 공략

특검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동원,삼성그룹 본관의 전략기획실과 이 회장 및 이학수 부회장의 집무실,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오후에는 경기도 과천과 수원에 있는 삼성그룹 관련 전산센터 및 이태원동에 있는 이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병행했다.

태평로빌딩 26층은 김용철 변호사가 에버랜드 사건 등 검찰의 각종 수사에 대한 대책회의를 위해 사용했던 사무실이 있는 곳이자 이학수 부회장이 '안가'처럼 사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본관 압수수색과 관련,특검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에는 전략기획실에 소속된 전략기획팀과 기획홍보팀,인사지원팀,법무팀 등의 사무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전략기획실은 2006년 3월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구조조정본부로 불리던 곳이다. 당초 비서실로 통칭됐으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이 바뀌었고 2006년 전략기획실로 다시 한번 탈바꿈했다. 명칭에 관계없이 삼성그룹의 미래 전략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계열사에 전달하는 명실상부한 '심장부'다.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과 전략기획팀장인 김인주 사장,최광해 부사장 등은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고 있다.

전략기획실은 이 밖에도 삼성 비자금 조성ㆍ관리,그룹 경영권 승계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03~2004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도 압수수색을 피해갔던 삼성그룹 본관이 특검의 두 번째 압수수색 대상으로 채택된 이유다.

이학수 부회장 등은 그동안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사건을 비롯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X파일' 사건 등 삼성 관련 각종 사건에 빠짐없이 이름이 오르내렸다.

삼성 본관 27층의 '비밀금고'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는 "본관 27층에 위치한 김인주 사장 사무실 앞 접견실 옆에 있는 재무팀 관재파트 담당 임원 사무실 내부에 벽으로 가려진 비밀 금고가 있으며,이곳에는 현금 뭉치와 각종 상품권이 쌓여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따라서 수사팀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본사는 삼성그룹의 중요 부서가 모여있는 '핵심'이라는 점에서 수사의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과시용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소환조사 임박했나

특검팀이 공식 수사한 지 채 일주일도 안됐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핵심부를 향한 발빠른 행보는 향후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등 영장 발부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룹 최고위층과 핵심 부서를 겨냥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이는 특검팀이 삼성 수뇌부가 연루된 각종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어느 정도 확보했음을 짐작케 한다. 이틀 연속 진행된 압수수색의 성과에 따라서 그룹 내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민제/오진우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