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20억달러(약 1조8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메릴린치도 이날 공식 발표를 통해 한국의 KIC를 비롯해 쿠웨이트투자공사,일본 미즈호금융그룹 등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두 66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KIC는 20억달러 규모의 의무전환 우선주를 인수한다.이 우선주는 연 9%의 배당을 받는 조건이며 인수 후 2년9개월 시점에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KIC는 메릴린치 지분 3.1%가량을 보유,펀드 투자자를 포함한 메릴린치의 5대주주로 올라선다.투자 목적으로 메릴린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들을 제외하면 싱가포르 정부 투자기관인 테마섹에 이은 2대주주다.

투자 자금은 현재 운용 중인 200억달러가 아닌 정부로부터 별도 자금을 받아 마련하기로 했다.

박종인 KIC 경영기획팀 부장은 "투자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이 먼저 메릴린치에 투자 제의를 했고 메릴린치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KIC는 이번 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 다변화와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고 한국이 동북아 금융 허브로 발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적 투자은행에 한국의 국부펀드가 지분 투자를 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KIC는 메릴린치가 최근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기지 부문을 제외한 사업 각 부문의 영업 기반이 튼튼하고 영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외부의 자금 을 받아 부실 자산을 털어낸 이후 수익력이 빨리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