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의 신흥증권 인수는 단순히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단행된 것이 아니라 현대차의 미래전략사업 선택 과정에서 나온 고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재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5일 "현대차가 중심이 돼 핵심 사업분야와 연관성이 낮은 신흥증권 인수에 나서는 것은 현대차 투자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뿐더러 회사에도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 같이 풀이했다.

현대차 그룹에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이 있다. 외형상 이 회사들이 주도해 증권사를 인수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신흥증권 인수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금융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더구나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꾸준히 증권업 등으로의 사업 확대 의사를 내비쳐왔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GE와의 관계를 현대차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GE가 해외 제휴사업 출자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고하고 있어 모기업인 현대차가 직접 나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GE와의 관계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는 게 김 연구원의 생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GE측의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다른 투자자를 찾아보는 방안도 있었다는 것.

그는 "이 모든 부담을 안고서도 현대차가 금융사업에 직접 진출한 것은 앞으로 금융산업 진출에 주도권을 잡고 실질적인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는 의미가 강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현대차 그룹의 후계구도도 맞물려 있다. 김 연구원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금융사업부를 맡겨 자연스럽게 후계구도가 완성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이번 신흥증권 인수로 현대카드와 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들의 역할이 더 커진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