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오는 4월로 예정된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을 일단 중지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 반면 새 수익원 확대를 기대했던 은행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임시국회에 당론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 방카슈랑스 4단계가 이행되지 않도록 일단 중지시킬 방침”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는 2003년 일부 저축성보험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왔으며, 오는 4월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4단계 시행이 예정돼 있었으나 당분간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지난 대선에서 방카슈랑스 4단계 철회를 공약했다는 점에서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카슈랑스 4단계가 사실상 보험 시장을 은행업계에 내주는 것으로 보고 국회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 적극적인 설득 작업을 벌여 왔던 보험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는 기존 보험설계사들의 대량 실직과 보험상품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불완전판매, 대출을 빌미로 보험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 등을 주된 부작용으로 꼽아 왔다.

반면 올해부터 보험판매 수익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해 온 은행업계는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제도 보완을 전제로 방카슈랑스 4단계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판매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개선을 요구해 왔는데 아예 시행치 않겠다고 하니 황당하기만 하다”며 “물론 실직 문제가 있지만 규제 완화와 업종 간 장벽 철폐를 강조하는 새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논리를 갖고 국회와 인수위에 더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16일 오후 1시 58분 현재 삼성화재(-2.50%), 동부화재(-4.34%), 제일화재(4.44%), 대한화재(-2.78%) 등 보험주들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