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엘리트들의 모임인 다보스 포럼에서 올해 세력 이동이 예고되고 있다.회의를 주도하던 미국이 올해 신용 경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 펀드,중앙은행 인사들이 포럼의 중앙 무대를 예약했다.세계 경제가 요동 치면서 다음주(23~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참가자들의 위상이 이처럼 크게 바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특급 스타 자리를 가장 먼저 예약한 사람들은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 인사들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에 신음하는 미국 금융계의 구원자 역할을 맡았기 때문.최근 메릴린치에 24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쿠웨이트투자공사(KIA)의 바데르 알 사드 회장이 올 포럼의 대표적인 VIP로 떠올랐다.

반대로 지난해 중심 인물이던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다보스를 방문조차 못하게 됐다.스티븐 슈워즈먼 블랙스톤그룹 CEO 등 실적이 부진했던 일부 금융계 인사들도 신용위기 관련 분과 회의에 불참하는 등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 가운데 서브프라임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글로벌 안정성에 대한 연설을 맡는 등 스타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기 후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각국 중앙은행 인사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글로벌 금융시스템 개선과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포럼의 낙관적 분위기 속에서 무시당했던 비관론자들도 화려하게 컴백한다.미국의 신용 문제와 자산 거품에 대해 경고해 온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회장이 대표적.1년 전 포럼에서 비관적 경제 전망으로 웃음거리가 됐던 노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도 논의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측됐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