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화엄사 회주 각성,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지리산 칠불사 주지 통광,서울 개포동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경전에 밝기로 손꼽히는 대강백(大講伯)들이다.

이들은 모두 유불선(儒佛仙) 3교를 회통했고 평생을 교육과 역경(譯經)에 매진했던 탄허 스님(1913~1983년)의 제자들.

경전 강의 등을 통해 각자 후학을 지도해온 이들이 힘을 합쳐 불전(佛典) 연구자를 양성하고 인재를 발굴ㆍ지원하는 일에 앞장서기로 했다.

오는 25일 서울 자곡동 대모산 자락에서 기공식을 갖고 내년 봄 개관할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이 그 무대다.

박물관은 2644㎡의 터에 지상 3층,연건평 450㎡ 규모로 건립되며 박물관,법당ㆍ교육관,강의실 등을 갖추게 된다.

박물관에는 탄허 스님의 유품과 연구자료,140여점의 서예 작품,4000여권의 고서 등을 소장ㆍ전시하며 법당과 강의실에선 탄허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할 예정이다.

"동양고전 전반을 공부하는 불전 연구자 양성 과정과 동양고전에 관심있는 일반인 교양 과정을 개설할 겁니다.

불경 강송(講誦)대회를 열어 숨은 인재도 발굴할 것이고요.

각성ㆍ통광ㆍ무비 스님과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뜻을 함께 하기로 했지요."

박물관 건립을 주도하는 탄허문화재단 이사장 혜거 스님(62)의 설명이다.

그는 "탄허 스님은 '한 나라와도 바꾸지 않을 만한 인물을 길러내야 우리나라의 수준이 몇 단계 뛰어오를 수 있다'고 하셨다"면서 "제가 1959년 삼척 영은사로 출가한 뒤 탄허 스님 문하에서 경전을 배우며 '3년결사'를 마칠 때 언젠가는 10년 결사를 해보자며 헤어졌는데 이제서야 그 뜻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혜거 스님은 20년 전 금강선원을 개설해 불경과 참선을 가르쳐왔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은 27만여명.

3개월 과정으로 경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매주 1400~1500명에 이르고 연간 1만5000명가량이 경전반을 졸업한다.

금강선원의 이 같은 성과는 선원 운영 일체를 신도들이 맡고 혜거 스님은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기 때문.

탄허박물관 건립도 신도들이 뜻을 내고 성금을 모아 땅과 건축비를 마련했으며 불사(佛事)위원장도 신도가 맡고 있다.

혜거 스님은 "탄허대종사 기념박물관이 우리 역사를 이끌 큰 인물을 길러내는 도량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