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에 98억3000만달러(주당 1.99달러)의 적자를 기록,196년 역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시장의 예상치인 주당 97센트의 손실보다 훨씬 적자폭이 커진 것이다.이는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의 상각 규모가 181억달러로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가량 커졌기 때문이다.씨티는 지난해 3분기에도 70억달러의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채권을 상각했다.

씨티는 메릴린치와 함께 서브프라임 폭풍의 핵으로 지목받고 있는 CDO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주간사였다.주간사로서 투자자들에게 판매되지 않은 CDO 채권을 떠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타격이 큰 것이다.금융 리서치 회사인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리뷰(IFR)에 따르면 씨티는 2006~2007년에 총 CDO 발행의 13.8%를 주간했다.CDO 노출 금액은 30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메릴린치(388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상황이 어려워진 씨티는 이미 지난해 11월 아부다비투자청(ADIA)으로부터 75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았다.그러나 부실 폭이 예상보다 커지자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투자청(GIC),쿠웨이트투자청(KIA),알 왈리드 빈 탈리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으로부터 145억달러의 자금을 추가 유치하기로 했다.또 자구책으로 배당금을 41% 삭감하고 42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씨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S&P는 씨티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도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의미하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씨티그룹의 어려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CIBC 월드마켓의 메리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씨티의 추가 대출 손실이 50억~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