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깃든 기억과 욕망의 성찬‥ 안도현씨 새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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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어 속에 존재의 근원적인 물음까지 담아내는 시인 안도현씨(47)가 아홉 번째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를 내놓았다.
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2004) 이후 4년 만이다.
안씨는 이번 시집에서 우리가 손맛을 들여 만들어낸 음식 하나도 훌륭한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한 대담에서 "음식이라는 것은 미각,후각,청각이 모두 모인 총집결체이며,그래서 모든 음식에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욕망이 한 데 엉켜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고기를 사들고 온 아버지의 말에서 '가장으로서의 자랑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고 애정이나 연민 따위 더더구나 아니고 다만 반갑고 고독하고 왠지 시원시원한 어떤 결단 같아서 좋았던'('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중) 느낌을 되새긴다.
또는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무말랭이' 중)며 쪼그라든 무말랭이와 외할머니를 겹쳐 보기도 한다.
찰나의 경험을 시적 표현으로 잡아낸 대목도 돋보인다.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고니떼를 보고는 '수면의 검은 화선지 위에' 붓으로 '몇문장 썼다가 지우는' 것 같고,그래서 '죽을 때까지 얇은 서책 한 권 내지 않는'('고니의 시작(詩作)' 중)다고 말한다.
시 '빗소리'에서는 '빗줄기가 백만대군을 이끌고 와서 진을 치고 있다'며 무릎을 치게 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여전하다.그러나 타인을 향한 애정이 깊은 만큼 시인의 고독감은 더 선명해보인다.
'뒷집 조성오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 (중략)/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비탈길을 힘겹게 밟고 올라가던/느린 발소리와 끙,하던 안간힘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그만//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다.'('조문(弔文)' 중)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2004) 이후 4년 만이다.
안씨는 이번 시집에서 우리가 손맛을 들여 만들어낸 음식 하나도 훌륭한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한 대담에서 "음식이라는 것은 미각,후각,청각이 모두 모인 총집결체이며,그래서 모든 음식에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욕망이 한 데 엉켜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고기를 사들고 온 아버지의 말에서 '가장으로서의 자랑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고 애정이나 연민 따위 더더구나 아니고 다만 반갑고 고독하고 왠지 시원시원한 어떤 결단 같아서 좋았던'('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중) 느낌을 되새긴다.
또는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무말랭이' 중)며 쪼그라든 무말랭이와 외할머니를 겹쳐 보기도 한다.
찰나의 경험을 시적 표현으로 잡아낸 대목도 돋보인다.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고니떼를 보고는 '수면의 검은 화선지 위에' 붓으로 '몇문장 썼다가 지우는' 것 같고,그래서 '죽을 때까지 얇은 서책 한 권 내지 않는'('고니의 시작(詩作)' 중)다고 말한다.
시 '빗소리'에서는 '빗줄기가 백만대군을 이끌고 와서 진을 치고 있다'며 무릎을 치게 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여전하다.그러나 타인을 향한 애정이 깊은 만큼 시인의 고독감은 더 선명해보인다.
'뒷집 조성오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 (중략)/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비탈길을 힘겹게 밟고 올라가던/느린 발소리와 끙,하던 안간힘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그만//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다.'('조문(弔文)' 중)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