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말은 쉽지만 실제론 그리 간단하지 않다.누구든 상승세일 때는 매사 겁 없이 덤빌 수 있지만 뭔가에 걸려 한풀 꺾이고 나면 주춤거리다 시간을 놓치거나 다시 실수하기 십상이다.실패의 경험은 긴장과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자신감을 빼앗아 실력과 판단력을 없애는 탓이다.

이럴 때 각성제는 유효하다.각성제는 중추신경과 교감신경을 자극,잠과 피로를 쫓는다.스트레스로 인한 좌절감을 날리고 스러졌던 기운과 열정도 북돋운다.승부나 인기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암페타민류의 각성제 복용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약물로는 결코 자신을 일으켜세울 수 없다.각성제 복용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던 원조 한류가수 계은숙씨의 경우에서 보듯 약물은 몸과 마음을 망친다.화려한 외관과 달리 타국생활이 고단했던 듯 스트레스를 견디고자 각성제를 썼다는데 결과는 참담하다.위태로울 때 자신을 구하는 건 약이 아니라 '의지'라는 각성제다.

탱크 최경주 선수가 미국 PGA투어 소니오픈 마지막 라운드 13번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하고도 침착하게 대응,우승과 함께 1∼4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보는 사람 모두 가슴을 졸이던 때 정작 그는 "각성제를 먹은 것 같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신이 번쩍 들더라는 얘기다.그러면서 그는 "잘될 때 들뜨지 않고 안될 때 의기소침하지 말아야 한다"고 털어놨다는 소식이다.이러기는 어렵다.보통은 잘 나가면 목소리와 보폭부터 커진다.반대로 상황이 나빠지면 어깨가 축 처지면서 평소 아무 문제없이 잘해내던 일도 놓치고 빠뜨린다.

위기를 기회로,걸림돌을 주춧돌로 바꾸자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기죽지 않고 '정신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늘이 내려준 각성제'로 받아들여야 한다.시련도 축복으로 바꾼 최경주 선수의 우승이 연초부터 계획했던 일 어긋나 기운 빠진 이들에게 하늘이 준 각성제로 작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