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유기죄, 통상 집행유예 전례깨고 실형 선고
법원 '살해의심' 공소사실 형량에 반영..이례적 판결

세 살배기 아들을 살해한 후 유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나 증거가 부족해 아들을 내다버린 혐의로만 기소된 30대 남자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5단독 박찬석 판사는 어린 아들을 도로변에 버린 혐의(아동복지법상 유기)로 구속기소된 정모(38)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아동복지법은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될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아동 유기죄의 경우 통상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전례를 깨고 아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검찰의 공소사실 등을 반영해 실형 전과가 없는 피고인에 대해 법정최고형에 가까운 중형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인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부인과 이혼한 정 씨는 2007년 2월 "얼마 전 아들(3)을 길거리에서 잃어버렸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오락가락 진술로 추궁을 당하자 "4개월 전인 2006년 10월 승용차에 아들을 태우고 성남시 상적동 서울공항 맞은편 도로를 운행하다 아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아 도로변에 내려놓고 가버렸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 씨는 아들이 없어진 사실을 숨기고 설날 혼자 본가를 찾아갔다가 부모가 알게 되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나온 점, 장기간 실종사실을 숨긴 점, 평소 아들이 울고 보채면 멱살을 잡고 승용차에 가두는 폭력성향을 보였다는 점 등을 미뤄 살해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이웃주민 탐문, 주거지 및 직장 압수수색, 통화내역 및 은행거래내역 조회, 이메일 분석 등을 실시했으나 살해증거를 찾지못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주임검사 형사3부 백수진)에 불구속 송치했다.

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정상적인 부모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엄한 아버지에게 혼날 것이 무서워 말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검찰은 이후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에 진술분석, 심리분석, 행동분석, 심리생리검사 등을 의뢰한 결과 정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일관된 분석결과를 받았다.

검찰은 증거를 인멸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포착되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굴착기로 정씨의 집 안뜰 330㎡를 파헤치고 소방 탐지견을 동원해 시신 수색에 나섰으나 증거확보에 실패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정 씨를 구속했으나 살해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아동복지법 위반죄로 기소했고, 법정 최고형인 5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아들을 도로변에 잠깐 내려놓으려 했다는 진술을 믿을 수 없고 피해자를 찾기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범행 경위, 시기, 당시 상황, 피고인의 행적, 범행 후 정황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검찰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과실로 치사하게 한 후 그 시신을 유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혀 검찰의 공소사실을 형량에 반영했음을 시사했다.

정 군의 어머니 김모 씨는 실종 전 아들을 촬영한 동영상이 UCC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고 경찰청은 엠버경보시스템을 통해 실종경보 4호 아동으로 지정하는 등 정 군의 행방을 찾는 노력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