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담합을 이유로 정유 4사에 부과한 총 526억여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에 대해 증거가 부족해 담합을 위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6부(부장판사 조병현)는 16일 에쓰오일이 "2004년 4월 기름값 담합을 한 적이 없다"며 78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이에 따라 현재 서울고법에서 변론기일이 진행 중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나머지 정유사들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이들이 담합을 했다고 주장하는 2004년 4월 SK에너지 등 정유사 선발 3사가 일제히 할인폭을 축소할 때 에쓰오일은 가격을 단계적으로 소폭 인상하는 정책을 채택해 3사의 가격 움직임에 차이가 있어 공동행위를 인정하기 곤란하다"며 "공정위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만으로 공정위 처분의 전제가 되는 담합행위를 위한 합의가 이들 간에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국내 정유시장과 같이 과점시장에 소수의 사업자만 존재할 경우 사업자 간 서로의 행동에 의존하고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한쪽이 다른 쪽의 반응을 예측하면서 독자적인 행위를 하고 다른 쪽이 예측대로의 행위를 실제로 하게 되는 '의식적 병행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담합행위를 인정하려면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에쓰오일이 3사와 (가격) 합의를 했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SK 등 4개 정유사가 2004년 4월 일정 지침에 따라 기름값을 유지하는 합의를 해 시장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지난해 5월 SK에 192억여원,GS칼텍스에 162억여원,현대오일뱅크에 93억여원,에쓰오일에 78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