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특검은 16일 삼성물산 등 계열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삼성 본관 등에서 확보한 압수수색물 분석에 주력했다.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수사 방향을 재조정하고 소환 대상자를 선별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압수물 분석 성과는 미지수

특검팀은 14일부터 이틀 동안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과 자택,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자리한 삼성 전략기획실 사무실,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사무실 등 삼성의 '심장부'를 정조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문서와 메모지,전자메일,컴퓨터 기록물 등을 확보했으며 정밀분석에 착수했다.

그러나 삼성이 철저히 대비한 때문인지 압수물 분석에서 성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미지수다.우선 특검팀은 '비자금 보관처'로 지목된 삼성 본관 27층 '비밀금고'를 확인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우리도 상당히 치밀하게 확인하고 왔는데 비밀금고 같은 것은 현재로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비밀금고는 그룹 법무팀장 출신의 김용철 변호사가 처음 주장한 것이다.27층 전략기획실 재무팀 관재담당 임원의 방안에 벽으로 위장된 비밀금고가 있고 그안에는 삼성 측이 계열사별로 할당해 마련한 비자금을 현금,유가증권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윤 특검보는 "만일 이전에 존재했다면 그동안 구조 변경이나 이런 것으로 없어졌을 수 있다"며 "사무실 배치도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에서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특검팀 관계자는 "승지원에만 가면 우리에게 필요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건진 게 별로 없어서 영장을 조금 수정해 이 회장 자택도 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윤 특검보는 "한 두번의 압수수색으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단순히 '상징성'을 위해 했다고는 하기 어렵다"고 밝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향후 수사방향.소환대상 주목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불법 경영권 승계에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는지,이건희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밝힐 물증이나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계좌추적을 바탕으로 연결계좌 추적도 병행하고 있다.비자금 조성 규모가 어느 정도 파악되면 계열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경영권 승계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물증 확보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17일 한때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에 근무했던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성 사장에 이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던 전략기획실 재무팀 최모 부장이나 김모 차장 등 실무자와 전용배 상무,최관해 부사장 등 실무 책임자들도 소환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회장 일가의 미술품 구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구매를 대행해준 인물로 지목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비자금 대책문건이 책상서랍에서 나온 삼성증권 감사팀장 강모씨도 1차적인 소환대상이다.

특검이 지난 15일 삼성 본관 25층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사무실도 압수수색한데 비춰보면 당초 고발 대상이 아니었던 이 전무도 소환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 사건 핵심 피고발인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수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회장과 이 전무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 같은 수사의 진척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태웅/오진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