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각 부처 공무원들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조직 개편으로 인해 공무원 수를 줄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무래도 남는 인력을 그대로 가져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특히 통폐합되는 부처의 고위 공무원들의 경우 현재에 비해 자리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어서 자리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공무원 사회에선 누구 누구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나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당장 기획재정부부터 인력과 자리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현재 재경부의 정원은 850여명이며 기획처는 470명 수준이다.두 부처가 합치면 1300명에 이르며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이 금융위원회에 넘어가는 것을 감안해도 직원 수가 1200명을 웃돈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재경부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기획처 재정전략실은 기능이 서로 비슷한 만큼 조정의 필요성이 높다.또 두 부처 모두 두고 있는 정책홍보관리관실은 하나는 없애야 할 상황이다.장ㆍ차관은 물론 1급 공무원의 감축도 필연적이다.현재 재경부는 장관 1명,차관 2명,차관보 국제업무정책관 등 1급 상당의 직위가 모두 7자리 정도다. 기획처는 장관 1명,차관 1명,1급 상당의 직위가 모두 5개자리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이 합쳐지는 금융위원회 역시 간부 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금감위는 현재 위원장 밑에 부위원장,상임위원 2명,감독정책1국장,감독정책2국장을 두고 있다.재경부에는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정책심의관이 있어 조정이 예상된다.실무 과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금감위 과장 자리는 11개,재경부 과장 자리는 7개인데 대부분 중복된다.

산업자원부에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이 합쳐지는 지식경제부도 자리 고민은 마찬가지다.인수위가 '구시대의 갈라먹기'식 조직편제가 문제라고 질타한 만큼,산자부의 기존 편제에다 정통부와 과기부의 정책입안 기능을 병렬로 붙이기는 힘들다.결국 과장급 이상에서 자리가 줄어들게 되며 누가 살아남을지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자부는 여기에다 현재 기술표준원,무역위원회,전기위원회 인력을 합치면 과천 청사 내에만 1000명이 있는데 정통부와 과기부 인력까지 더해지면 인력 구조조정도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농림부는 식품 업무가 강화되고 수산 업무가 더해지는 만큼 본부 조직의 절대 규모는 상당히 불어나게 된다.이에 따라 조직표상 과장급 이상 고위직 수도 증가하겠지만 자리 싸움은 오히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식품 쪽에서 다소 자리가 새로 생겨나더라도 기존 해양수산부와 업무가 통합되거나 겹치는 자리의 경쟁률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건교부와 해양부가 합쳐지는 국토해양부도 두 부처 고위 공무원들 간 자리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편제가 거의 변하지 않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경부 관계자는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결합해 재정경제원을 만들 당시 방출대상 하급직원 명단이 사무실 출입문에 게시되면서 청사 곳곳이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며 "이번 조직 통폐합은 그보다 위력이 더 클 수도 있어 누구 할 것 없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