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부처개편안이 16일 확정 발표되자 공무원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여성가족부 등 통폐합되는 부처 공무원들은 "올 것이 왔다"며 불안에 떨었다.행자부 건교부 금감위 등 기능과 조직이 확대되는 부처는 기쁜 마음을 애써 감추는 표정이 역력했다.



◆"국회에 기대는 수밖에.."

보건복지여성부로 통폐합이 결정돼 7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여성가족부는 침통함에 휩싸였다.여성부의 한 관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당선자가 공약한 대로 여성정책 확대를 해 줄 것으로 믿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일부 직원은 새 정부가 여성계와 대통합민주신당 등의 반발을 의식,막판에 여성부를 살리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기도 했다.

해양정책.항만.물류부문은 국토해양부로,수산부문은 농수산식품부로,해양환경정책은 환경부로 해체되는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이제는 국회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를 겨냥,"바다를 실질적으로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해양정책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게 너무 어렵고 이는 정치권에도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또 다른 직원은 "해체 과정에서 직원들이 승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분위기는 사실상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네 군데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정보통신부도 낙담 일색이다.정통부의 한 직원은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를 만들어낸 업적도 있는데 국정홍보처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인재과학부로 흡수될 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은 "40년간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과기정책이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며 당혹해하고 있다.특히 과기정책의 근간인 과학기술 기본법마저 폐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기술계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다.과기부의 한 직원은 이날을 '검은 수요일'로 부르기도 했다.

총리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면서 "국조실 직원 530여명 중 절반 정도가 타부처 파견 직원인데 이들의 원대복귀도 큰 숙제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재경부 예산처 반응 엇갈려

재정경제부 기능을 대폭 축소해 기획예산처와 통합시키는 안이 발표되자 재경부는 예상치 못했다면서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당초 재경부가 예산처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막상 조직 개편안에서는 '기획처에 재경부의 주요 기능을 통합해 기획재정부를 신설'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가 기획처에 흡수당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획처에 비해 재경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주도권이 (기획처에)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그는 "군살을 빼는 줄 알았더니 팔다리를 모두 잘랐다"면서 "직원들이 앞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는 "충분히 예견됐던 내용"이라며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다.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를 만든다는 방안은 그동안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직원들의 동요는 없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능이 축소되지 않고 재경부의 소비자정책 부문을 가져오게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영하는 분위기다.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경쟁 촉진을 통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공정위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기쁜 표정을 애써 감추는 분위기다.금감위가 재경부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하면서 금융위원회 설립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데다 감독정책 수립에 법령 제정 기능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금융위 조직과 역할이 커지면서 금감원이 '금융회사 검사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무된 행자부 건교부

행자부는 이번 조직개편의 최대 수혜 부처 가운데 하나라는 게 관가의 중론이다.한 때 '처(處)급'인 정부 지원파트로 강등될 것이란 전망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이날 막상 정부 조직개편 뚜껑이 열리자 오히려 '대부(大部)'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실제로 행자부는 현행 조직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부처의 기능과 조직까지 흡수해 위상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다.

산림청 등의 기능을 더해 국토해양부로 확대 개편될 건설교통부도 고무된 표정이다.건교부 관계자는 "부처의 명칭을 국토해양부로 바꾼 것도 난개발을 막고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보건복지부는 여성가족부를 흡수해 조직이 커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내심 반기는 표정이다.그동안 '폐지대상 부처 1호'로 지목돼 왔던 교육인적자원부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존속이 결정돼 한시름 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춘호/김태철/장진모/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