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2008년 최대 화두는 '투자'다.창립 40주년을 맞은 올해를 '글로벌 포스코'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 10일 열린 'CEO 포럼'에서도 이런 의지는 확연히 드러났다.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3조8000억원)보다 76% 늘린 6조7000억원으로 잡았다.투자의 방향은 '해외 제철소 건설'과 '기업 인수ㆍ합병(M&A)' 두 갈래다.

포스코 성공 신화의 무대를 해외로 옮기는 첫 작업은 인도에서 이뤄지고 있다.포스코는 현재 인도 동북부 오리사주에 연간 생산량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일관제철소는 제선ㆍ제강ㆍ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제선'은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을,'제강'은 쇳물에서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압연'은 쇳물을 커다란 쇠판(슬래브) 형태로 뽑아낸 후 높은 압력을 가해 각종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인도 일관제철소는 4월께 착공이 유력하다.창립기념일(4월1일)에 맞춰 첫 삽을 뜰 계획이다.현재 오리사주 내 제철소 및 전용 항만 건설을 위한 환경 인허가 절차는 끝냈고 국유지 삼림지역의 용도변경 승인과 관련한 법 절차를 밟고 있다.일부 현지 주민들의 반발 등 걸림돌이 남아 있지만 목표한 일정을 맞추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포스코는 자신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 제철소에 최첨단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해 1단계로 철강제품 중간재인 '슬래브' 150만t,열연제품 250만t 등 연간 총 4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그런 다음 단계적으로 생산용량을 늘려 최종적으로는 1200만t 규모의 대형 제철소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인도 제철소가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포스코는 전 세계에 걸쳐 5000만t 이상의 조강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인도 벵골만에서도 영일만과 광양만에서 이룬 신화를 반드시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베트남 일관제철소 건설 여부도 올 1분기(1~3월) 안에 매듭지을 방침이다.지난해부터 타당성을 검토해 온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경우 인도에 버금가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베트남 정부의 공식 요청을 받은 포스코는 작년 5월 현지 국영 조선회사인 비나신그룹과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상태다.

국내외 M&A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포스코는 사내 유보금만 20조원을 웃돈다.여기에 매년 4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보태진다.한 번 돈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면 M&A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포스코는 그동안 한 우물을 파는 데만 주력했다.철강업계의 신기원을 이룬 '파이넥스 공법'도 이런 '고집'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2006년 6월 세계 철강업계 1위인 인도 미탈스틸이 2위인 프랑스 아르셀로를 집어 삼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아르셀로미탈의 조강생산량은 연간 1억2000만t이나 된다.3위권인 포스코(3300만t)를 멀찌감치 제치고 달아나 버렸다.몸집을 불리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이구택 회장이 최근 들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국내외 경영전략상 필요하다면 언제든 M&A를 할 수 있다"는 발언을 반복하는 것 역시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국내 기업 중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해외 M&A에도 소매를 걷어 붙일 전망이다.작년 말 말레이시아 전기도금강판 생산업체인 MEGS의 지분 60%를 인수한 것은 이런 해외기업 인수ㆍ합병 전략의 신호탄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