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씨티발 쇼크'… 주요국 증시 일제히 폭락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악령'이 또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미국 월가에서 기준금리를 최대한,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내리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등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믿었던 소비마저 감소세로 돌아서 이제 믿을 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가능한 한 빨리,최대폭 내려라"

씨티그룹이 196년 기업 역사상 분기 기준 최대인 98억3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서브프라임 파문은 진정이 아니라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설마설마하던 소비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통계로 입증됐다.소비 위축세가 뚜렷해지고 이날 발표가 난 뉴욕지역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함에 따라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FRB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그것도 오는 3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RB) 이전에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금리 인하폭의 경우 0.5%포인트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일부에서는 이참에 아예 0.75%포인트를 내려 시장에 만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뉴욕에 본사를 둔 증권회사인 CMC의 통화정책 전문가 아시라프 라이디는 "어두운 경제 지표들이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상황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0.50%포인트 인하로는 실망만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과감히 0.75%포인트를 내려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 이날 선물시장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21% 반영돼 선물가격을 형성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문도 비등하다.MKM 파트너스의 수석 부사장인 존 오브라이언은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경기 침체 시작 직전인 2001년 1월 FOMC 정례회의가 열리기 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며 "벤 버냉키 FRB 의장이 17일 의회에서 증언한 뒤 FOMC 정례회의 이전에 금리를 내리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 대폭락

16일 코스피지수를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전날 '씨티 쇼크'에 따른 미국 주가 급락 여파로 속절없이 무너졌다.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3.35% 급락한 1만3504.51엔에 마감했다.닛케이는 4일 연속 하락했다.홍콩 증시도 4% 넘게 급락했다.대만 증시는 2.84%나 빠졌고 코스피지수도 2.4% 하락했다.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81% 급락하며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전날 뉴욕 증시는 씨티그룹의 실적 악화와 작년 12월 미국 소매판매 감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폭락했다.다우지수는 2.17%,나스닥지수도 2.49% 곤두박질쳤다.다우와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각각 4.16%와 7.36% 떨어진 상태다.씨티그룹은 이날 회사 역사상 최악의 분기 실적(98억3000만달러 적자)을 발표했다.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씨티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게리 크리텐덴은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고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해 향후 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소매판매가 줄어든 것은 미국인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켰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영국 FTSE 100지수는 6025.60으로 전날 대비 3.1% 떨어졌다.프랑스 CAC40지수는 2.8% 밀린 5250.82로 거래를 마쳤다.독일 DAX30지수는 7566.38로 2.1% 하락했다.


◆달러가치 급락,미 국채 금리도 하락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대폭락했다.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전날보다 달러당 1.47엔 높아진 106.10엔까지 치솟았다.장중 한때 105.97엔까지 올라 106엔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씨티의 대규모 손실 등으로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되자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 청산 움직임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시카고 소재 BMO 캐피털 마켓의 앤드루 부시 글로벌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씨티그룹발 악재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로부터 빠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단행될 경우 달러 약세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박성완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