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를 자주 바꾸는 사람치고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죠. 유행을 쫓아 자주 갈아타면 수익률이 좋을 수 없습니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17일 한경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펀드시장 규모가 30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성장을 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인기 펀드에 단기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아무리 좋은 골프 드라이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면서 "펀드 투자도 손품을 팔아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펀드로 대박을 터뜨려야겠다는 심리로 하는 일명 '몰빵 투자'는 적절치 않으며, 금리의 2~3배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 회장은 자산관리 수단으로 펀드를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윤 회장은 이에 대해 "재테크의 100%를 펀드로 운용하고 있으며 국내주식형에 90%, 해외주식형에 10%"라며 "적립식펀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4년부터 시작해 현재 20개 정도의 적립식펀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예금이나 적금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하나의 운용사에만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펀드시장 20%는 성장할 것"

올해 초부터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조정기다 변동장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윤 회장은 펀드시장의 성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윤 회장은 “올해 펀드 시장은 작년만큼의 성장세를 구가하지는 못해도 주식형 펀드의 확대에 힘입어 전체 수탁고가 360조원에 달하고 성장률도 2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2월말 기준 수탁고가 116조원에 달하는 주식형 펀드 중 30%만 올해 재투자된다 해도 수탁고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셈이며, 해외 펀드의 성장으로 순유입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MMF 등 단기자금 유출이 관건이지만 현재 어느 정도 안정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채권금리 상승 추세도 일단 진정됐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은 “올해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간접투자 문화 정착으로 투자자들의 의식이 성숙됐기 때문에 '펀드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런(Fund run)이란 증시 급락에 따른 펀드 수익률 악화 우려로 대량 환매 사태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1999년 광풍을 일으켰던 '바이코리아' 펀드가 2000년말 닷컴 버블 붕괴를 계기로 대량 환매 사태를 겪으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는 이어 "지난 2004년부터 붐이 시작된 적립식 펀드의 만기로 2007년에 대량 환매가 일어날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며 “신상품 출시 및 투자지역 확대로 오히려 펀드 시장이 전년대비 27% 성장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펀드가 투자자들의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증시 상황 등 웬만한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신정부가 당장 부동산 정책을 완화할 것 같지는 않아 부동자금의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윤 회장은 “올해는 우선적으로 어린이펀드, 노후보장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추진에 힘쓸 예정이며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한 제도 정비, 불완전 판매 문제 해결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하나 /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