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요금 인하ㆍ인터넷전화로 바꿀땐 집전화 번호 그대로 '의기투합'

휴대폰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집전화가 올해 들어 반격에 나섰다.기존 유선전화는 요금을 내려 경쟁력을 강화했다.'미완의 대기'로 꼽히는 인터넷전화는 제도 개선 덕에 새로운 구원투수로 부상했다.올해부터는 인터넷전화로 바꿀 때 기존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다.저렴해진 유선전화와 구원투수 인터넷전화가 '집전화 반란'을 꾀하고 있다.

집전화는 지난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유선전화 가입자는 2330만명으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이동전화 가입자는 4320만명까지 늘었다.2003년 이후 유선전화 점유율은 5.6%포인트 떨어졌고 이동전화 점유율은 5.7%포인트 올랐다.집에 유선전화를 설치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유선전화의 반격은 요금 인하로 시작됐다.KT하나로텔레콤은 작년 말 집전화 요금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선택형 할인요금제를 대거 선보였다.기본료를 월 1500~3000원 더 내는 대신 시내.외 구분 없이 통화하거나 한 통화당 일정액만 내는 형태로 요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KT는 선택형요금제를 내놓은지 한 달여 만에 8만5000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월 3000원을 더 내면 시내.외 전화를 시간에 관계없이 한 통화당 39원에 이용할 수 있는 KT의 '통화당 무제한 요금제'로 가입자가 벌써 6만7000명을 돌파했다.하나로텔레콤은 신상품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뚜렷한 실적은 없지만 할인상품이 이동전화로의 고객 이탈을 막을 효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터넷전화도 면모가 많이 달라졌다.지난해까지는 인터넷전화를 신청하면 스팸으로 오인되는 '070' 번호를 써야 해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하지만 기존 집전화 번호를 인터넷전화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번호이동제가 올 상반기 중 도입된다.기존 전화기를 그대로 둔 채 인터넷전화용 모뎀만 달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인터넷전화기 구입비는 5만~10만원 선이다.



LG데이콤이 지난해 내놓은 인터넷전화 'myLG070'은 가입비가 없고 기본료가 유선전화의 절반도 안 된다.게다가 전국단일요금인 3분당 38원에 통화할 수 있고 국제전화도 1분당 50원이면 충분하다.

유선전화보다 저렴하고 이동전화(10초당 18~20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싸다.날씨,뉴스,영상전화,홈뱅킹 등 각종 정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LG데이콤은 이미 22만 가입자를 유치했고 연말까지 가입자를 14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90% 이상의 점유율로 유선전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KT도 올해부터 가정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이미 전담조직(차세대사업TFT)을 신설했고 올해 100만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도 정했다.기존 집전화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전화에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결합시켜 개인전화(SoIP:Service over IP)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