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가 통제나선 中 "7위안 하던 돼지고기 1년새 20위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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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동쪽 차오양구의 재래 시장인 난팡 시장에서 17일 만난 가정주부 장예화씨(41)는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계란 10개에 5위안(1위안은 약 130원)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계란 장수와 말다툼을 벌인 뒤였다.결국 5마오(10마오는 1위안)를 깎아 4위안5마오에 계란을 샀지만 얼굴은 벌갰다.
장씨는 "작년 초만 해도 돼지고기는 한 근(약 500g)에 7위안이면 살 수 있었는데 이젠 20위안으로 3배 가까이 올랐고 채소는 계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 20%는 오른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고기와 채소 가격이 뛰면서 2차 상품 값도 상승 중이다.중국 라면인 캉스푸는 12개들이 한 박스가 작년 초 29위안에서 34위안으로,옌징춘셩 맥주는 1캔에 2위안1마오에서 2위안5마오로 올랐다.닭고기와 땅콩을 섞어 만든 볶음 요리 궁바오지딩은 작년 초 10위안에서 15위안으로 뛰었다.친구 세 명과 함께 자취하는 대학생 정밍씨는 "음식 값도 오르는데 집주인이 월세를 1500위안으로 600위안 더 올려 달라고 해서 기숙사로 되돌아가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난팡시장 인근에서 자전거 인력거를 모는 리펑씨는 "손님이 확 줄었다"고 울상이다.물가가 올라 어쩔 수 없이 2~3위안 하던 요금을 4~5위안으로 올려받자 손님이 뚝 끊어졌다는 것.지프형 자동차를 모는 리윈지씨는 "작년에 기름을 가득 넣는 데 300위안 정도면 됐었는데 이젠 350위안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의 물가 급등은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일례로 중국 내 콩 가격이 뛰자 중국 당국은 수급 안정을 위해 콩 수출 억제에 나섰고 이는 국제 콩가격 상승을 초래,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형국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 무역 흑자가 전년보다 47% 늘어 2622억달러에 달하는 등 돈이 시중에 넘치는 데다 원유 가격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중국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작년 초만 해도 2%대였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개월째 6%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물가 급등으로 사회 불안이 우려되자 중국 당국은 중산층 이하의 생계비 지원 차원에서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분위기다.인건비 상승은 세계 시장을 휩쓰는 중국산 수출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세계 인플레를 자극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물가 상승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자 15년 만에 가격 직접 통제라는 강경책을 꺼냈다.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곡물,식용유,돼지고기,우유 및 낙농제품,계란,LPG 등 6대 생필품과 라면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직접 통제한다고 17일 발표했다.생산업체나 혹은 도·소매업체는 가격을 올리기 10일 전 정부에 신고해 허가받도록 했다.
또 △1차 가격 인상률이 4%를 넘거나 △10일 내 누계 인상 폭이 6% 이상이거나 △30일 내 누계 인상 폭이 10% 이상인 업체는 가격 인상 후 24시간 내에 시장 동향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부당하게 가격을 올린 업자에 대해선 최대 1억원(원화 기준)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광둥성에선 아예 저소득층에 대한 생필품 보급제를 부활시킬 전망이다.광둥성 인민대표대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인 생필품 보급제도가 통과되면 15년 만에 배급제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베이징대학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류치씨는 "금리 인상 등 유동성 흡수와 생필품 공급은 물론 가격 직접 통제라는 세 가지 수단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물가 잡기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원유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물가가 쉽게 잡힐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