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하 경제의 규모가 많게는 국내총생산(GDP)의 30%인 2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 같은 지하경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수준이며 전 세계 145개국 중에서도 43위에 해당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국내 지하경제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하 경제는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소득과 실업률 등의 경제 지표를 왜곡시켜 잘못된 정책을 입안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정부지출 감소 등을 통해 지하경제 규모를 선진국 수준인 10%대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 경제란 세금 및 규제 회피,범죄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한 경제 활동으로 실질적으로는 이뤄지지만 공식적인 국민소득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제를 말한다.사채금융 시장,탈세 목적의 무자료 거래,자영업자의 허위 소득신고 등과 뇌물 수수,매춘,마약 밀매와 같은 범죄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현재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2006년 GDP(848조원)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3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70조원에서 25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이는 2004년 조사된 미국(8.4%) 일본(10.8%) 등 선진국의 지하경제 비중뿐 아니라 싱가포르(13.1%) 중국(15.6%) 홍콩(16.6%)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수치다.

상의는 이같이 지하 경제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세금 인상,규제 증가,정부지출 증가,실업 등을 꼽았다.

따라서 먼저 세금부터 인하할 것을 주문했다.세율이 높을수록 경제 활동이 지하로 이동하고 정부는 불법 경제활동을 통제하기 위해 지출을 늘려 세율이 다시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

상의는 또 규제가 강한 나라일수록 지하 경제의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특히 비정규직 보호법 등 경직된 노동 관련 규제가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해 이들이 지하 경제로 유입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따라서 노동의 유연성을 높여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지하경제 축소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