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미국 등 3개국 철강업계가 유럽지역 철강회사들과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놓고 일전을 벌인다.'강제 감축'을 주장하는 유럽 쪽 주장이 관철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15일 포스코에 따르면 오는 21일 런던에서 '국제철강협회(IISI) 산업섹터별 전문가 회의'가 개최된다.한국에서는 포스코가 대표로 참석한다.이 회의의 목적은 철강업체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모색하는 것.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 이후 특정 산업의 대표기업들이 모여 지구온난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지금까지 기후변화 관련 대책회의는 주로 국가단위로만 이뤄져 왔다.그러나 '발리 회의'에서 산업별 논의를 활성화하고 여기에서 채택된 권고안을 '포스트 교토의정서'를 만드는 데 적극 반영키로 결정한 이후 논의의 주체가 '국가'에서 '산업'으로 이동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온실 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업체들이 머리를 맞댄다는 점에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철강산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산업의 15%에 달한다.모든 업종 가운데 배출량 비중이 가장 높다.철광석과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해 철강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철강업계의 행보에 따라 자동차 전자 등 다른 산업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까닭이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한.미.일 3국 철강업체와 유럽 쪽 철강회사들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의견이 맞서는 대목은 크게 세 가지.우선 감축 목표 설정 방식을 놓고 양쪽의 견해가 충돌한다.상당기간 기후변화 관련 대책을 수립해 온 유럽은 '강제 할당'방식을 주장한다.반면 한.미.일 3국은 '자율 목표 설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강제적인 규제는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반론이다.

온실가스 감축 기준에 대해서도 의견이 대립한다.유럽은 '총량 규제'를 내세우는 데 반해 한국 등 3개국은 경제성장 속도에 연동되는 '원단위 방식'을 선호한다.총량 규제를 할 경우엔 철강산업 전체의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반면 특정 경제지표의 움직임에 따라 온실가스를 조절하는 '원단위 방식'은 적당한 성장속도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포커스를 맞춘 시스템이다.

세 번째는 기술개발과 온실가스 감축 가운데 어디에 더 주안점을 두느냐는 것.한국을 포함한 3개국 철강업체들은 인위적인 감축보다는 탄소저감장치(CDQ) 등 온실가스 관련 신기술 개발에 더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포스코 관계자는 "유럽 철강회사를 등에 업은 이안 크리스마스 IISI 사무총장(영국 출신)이 유럽 쪽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분위기"라며 "산업별 회의 결과가 나중에 국가 차원의 규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유럽 철강회사들의 주장을 반박할 논리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