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상품 개발은 소홀히 한 채 해외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국내 리서치 조직이나 운용 인력을 키우기보다 해외에서 들여온 펀드를 복제해 시장에 내놓는 전략에 치중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공모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외국계 운용사들의 해외펀드 쏠림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브릭스펀드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은 슈로더투신운용의 경우 주식형펀드 중 해외상품 비중은 99.8%에 달했다.

지난해 4월 말 1조7226억원이었던 이 운용사의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14일 현재 10조6957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규모는 765억원에서 235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슈로더투신운용은 주식형펀드 규모가 미래에셋운용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상품 비중은 0.2%에 불과한 것이다.

이 운용사는 현재 공모형 국내 주식형펀드로 '슈로더코리아알파주식' 하나만 운용 중이다.

주식형펀드 순위 6위인 피델리티자산운용도 사정은 비슷하다.

14일 기준으로 해외 주식형펀드 규모는 4조2739억원에 이르지만 국내 주식형펀드는 7052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국내 주식형상품은 '피델리티코리아주식형' 한가지만 설정해 놓고 있다.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 등 이머징펀드로 급성장 중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경우 주식형펀드 중 해외 비중이 9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말 3조원 수준이었던 이 운용사의 해외펀드 규모는 현재 9조8688억원으로 급팽창했다.

하지만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는 약 9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 도이치투신운용(26.4%)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35.2%) 등도 국내상품 비중이 20∼30%대에 머물렀다.

반면 알리안츠GI자산운용은 국내 주식형 비중이 53.6%로 비교적 높았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공동대표는 "일부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국내 주식형상품 시장에서 토종 운용사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에서 개발된 펀드를 들여와 국내에 소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복제펀드 양산은 펀드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