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 오히려 쌀이 대접을 받고 있다.육류와 궁합이 맞는다 해서 쌀밥 위에 육류나 채소를 얹어 먹는 아시아식 덮밥이 한 예다.냉동 덮밥도 인기다.또 쌀은 다른 곡물에 비해 맛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서인지,쌀을 이용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식사대용인 라이스 푸레이크에서부터 라이스 칩,라이스 크래커 등 과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밥심(힘)으로 산다"느니 "밥이 보약"이니 하며 쌀을 주식으로 여겨왔던 우리와는 정반대의 현상이다.국내 쌀 소비량은 해가 갈수록 크게 떨어져 지난해 한 사람당 하루 평균 210g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이는 밥 두 공기도 채 되지 않는 양이다.10년 사이에 무려 30% 정도가 감소했다.그 주된 이유로는 청소년층의 식습관 변화가 우선 꼽힌다.패스트 푸드에 길들여져 있는 탓이다.

넘쳐나는 쌀을 소비하기 위해 여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마침내 정부는 쌀 브랜드에 '밥맛 지수'를 도입키로 했다는 소식이다.단백질 함량,품종순도 등을 표기해 맛있는 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은 쌀밥을 두고 '천하 제일의 맛'이라고 했다.그 맛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반찬과 함께 먹으면 독특한 맛이 우러나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어느 반찬에나 잘 어울리는 게 쌀밥이며,반찬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얘기다.1970년대까지만 해도 쌀은 상전대접을 받았다.고봉으로 담겨진 흰 쌀밥에 고깃국 한 사발이면 손님대접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요즘의 쌀의 신세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밥맛 지수의 표기가 어떻게 소비촉진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이왕이면 일본처럼 밥맛 지수가 제일 좋은 쌀을 학교 급식용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미래의 쌀 소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영양가를 따져도 어디 쌀밥만한 게 있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