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16일)까지만 해도 떨어진 걸로 생각했다.우리가 인수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하다." 대한통운 M&A(인수.합병)를 지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1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입찰금액이 8조원까지 올라갔다는 소문이 돌자 내심 포기했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임직원 고용 보장,인수 후 시너지 효과,향후 회사 운영 계획 등 비가격적인 요소에선 자신감이 있었지만 현대중공업 등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과 맞붙은 탓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어젯밤까지만 해도 '괜한 일에 1년 이상 허비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이제 물류 강자의 면모가 갖춰진 만큼 내실을 다지는데 힘을 쏟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에 실패한 한진그룹은 "무리해서 인수할 생각이 없었던 만큼 아쉬울 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한진 및 대한항공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5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주면서까지 대한통운을 인수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설명이다.한진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평가한 대한통운의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할 바엔 ㈜한진에 투자하는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TX는 아깝게 2위에 그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대한통운의 기업 가치를 높게 보고 인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주류였다.STX 관계자는 "금호보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써냈는데도 불구하고 2위로 밀려나 의아할 뿐"이라며 "대한통운 매각 절차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닌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어차피 무리를 해서 대한통운을 따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는 것.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소의 막대한 물량을 위탁하는 것보다 자체 물류회사를 통해 소화시키는 게 이익이 된다는 의도에서 대한통운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인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룹 포트폴리오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안재석/오상헌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