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회사 지원‥亞ㆍ중동 '덥석'ㆍ美연기금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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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회사 투자시기 놓고 상반된 행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월가 금융회사들에 아시아 국부펀드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미국의 대형 연기금들은 참여를 망설이는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로 인해 국제 금융계의 중심축이 서서히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자본 참여에 따른 위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16일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145억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여기에는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의 개인 돈도 포함됐다.웨일 전 회장이 참여하게 된 것은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의 간곡한 부탁에 따른 것.팬디트가 웨일에게 매달리고 나선 것은 그의 돈 때문이 아니었다.여전히 씨티그룹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웨일의 자본 참여는 씨티그룹의 경영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웨일이 보증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말하자면 다른 투자자들의 자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상징적인 차원에서 웨일이 자본을 투자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씨티그룹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의미다.실제 145억달러를 투자한 주체를 보면 싱가포르투자청 및 쿠웨이트투자청 외에 눈에 띄는 미국 내 투자자는 없다.뉴저지연기금과 캐피털리서치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대형 기관투자가는 아니다.66억달러의 자본 유치를 발표한 메릴린치도 마찬가지다.한국투자공사,일본 미즈호그룹,쿠웨이트투자청 등 아시아 투자자말고는 뉴저지연기금 등이 고작이다.여전히 막강한 현찰을 움직이는 대형 연기금은 참여를 꺼렸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2500억달러를 주무르는 캘퍼스는 씨티 등 금융회사들로부터 SOS를 받았지만 끝내 외면했다.위험부담 때문이다.이들 대형 연기금은 그렇지 않아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캘퍼스의 경우 미국 주식 비중을 40%에서 24%로 줄이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불안하기만 한 금융회사에 거금을 선뜻 내놓을 수 없었다"는 게 캘퍼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투자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연기금은 아무래도 수익이 우선이다.
반면 국부펀드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가능하다.자본 참여에 따른 부수적 효과도 상당하다.그러다보니 당장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는 주체는 현실적으론 아시아의 국부펀드밖에 없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월가 금융회사들의 자금 모으기는 끝난 게 아니다.어쩌면 시작일 수도 있다.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충당할 돈도 비례해서 필요하다.금융회사들의 다급함을 알고 있는 의회에서도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자본 참여를 애써 눈감아 주고 있다.아시아 국부펀드들로선 월가 금융회사의 상당한 지분을 확보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제 금융의 중심축도 변하는 게 불가피하다.비록 월가 금융회사들의 영향력이 단기간에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아시아 지역의 목소리가 커질 것은 자명하다.그동안 한국 등 다른 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상당한 수혜를 즐겼던 월가 금융회사들로선 '아,옛날이여'라며 신세타령을 하겠지만 이렇게 냉정한 게 국제 금융의 논리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씨티그룹은 16일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145억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여기에는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의 개인 돈도 포함됐다.웨일 전 회장이 참여하게 된 것은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의 간곡한 부탁에 따른 것.팬디트가 웨일에게 매달리고 나선 것은 그의 돈 때문이 아니었다.여전히 씨티그룹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웨일의 자본 참여는 씨티그룹의 경영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웨일이 보증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말하자면 다른 투자자들의 자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상징적인 차원에서 웨일이 자본을 투자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씨티그룹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의미다.실제 145억달러를 투자한 주체를 보면 싱가포르투자청 및 쿠웨이트투자청 외에 눈에 띄는 미국 내 투자자는 없다.뉴저지연기금과 캐피털리서치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대형 기관투자가는 아니다.66억달러의 자본 유치를 발표한 메릴린치도 마찬가지다.한국투자공사,일본 미즈호그룹,쿠웨이트투자청 등 아시아 투자자말고는 뉴저지연기금 등이 고작이다.여전히 막강한 현찰을 움직이는 대형 연기금은 참여를 꺼렸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2500억달러를 주무르는 캘퍼스는 씨티 등 금융회사들로부터 SOS를 받았지만 끝내 외면했다.위험부담 때문이다.이들 대형 연기금은 그렇지 않아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캘퍼스의 경우 미국 주식 비중을 40%에서 24%로 줄이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불안하기만 한 금융회사에 거금을 선뜻 내놓을 수 없었다"는 게 캘퍼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투자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연기금은 아무래도 수익이 우선이다.
반면 국부펀드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가능하다.자본 참여에 따른 부수적 효과도 상당하다.그러다보니 당장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는 주체는 현실적으론 아시아의 국부펀드밖에 없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월가 금융회사들의 자금 모으기는 끝난 게 아니다.어쩌면 시작일 수도 있다.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충당할 돈도 비례해서 필요하다.금융회사들의 다급함을 알고 있는 의회에서도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자본 참여를 애써 눈감아 주고 있다.아시아 국부펀드들로선 월가 금융회사의 상당한 지분을 확보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제 금융의 중심축도 변하는 게 불가피하다.비록 월가 금융회사들의 영향력이 단기간에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아시아 지역의 목소리가 커질 것은 자명하다.그동안 한국 등 다른 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상당한 수혜를 즐겼던 월가 금융회사들로선 '아,옛날이여'라며 신세타령을 하겠지만 이렇게 냉정한 게 국제 금융의 논리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