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 근무하는 김수연씨(28)는 점심시간이면 조용히 사라진다.직장 동료에게는 "요가 학원에 간다"고 얘기한 뒤 근처 도서관이나 커피숍의 구석자리에서 책을 읽는다.

김씨가 읽는 책은 철학 논리학 자연과학 등의 교양서적.통근 버스에서는 PMP(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로 동영상 논술 강의를 시청한다.주말에는 논술 모의고사를 치른다.

김씨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시험을 비밀리에 준비 중이다.대학 시절 행정고시에 응시했던 그는 "법학적성시험(LEETㆍ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 행정고시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와 유사한 형태라는 말을 듣고 승산 있다고 생각했다"며 "회사와 공부를 병행해도 합격할 것 같다"고 말했다.김씨는 시험이 다가오면 두어 달 휴직하고 본격적으로 공부할 예정이다.

2009학년도 개원 예정인 로스쿨 입학을 위해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김씨와 같은 '남몰래 로스쿨족(族)'이 급증하고 있다.이들은 회사를 그만두는 '올인 승부수' 대신 주경야독(晝耕夜讀) 전략을 쓰고 있는 것.'남몰래 로스쿨족'은 철학 정치학 등 인문사회나 자연과학계열을 전공한 20~3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언론사 입사나 행정고시,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다.로스쿨 당락을 결정지을 법학적성시험이 언어이해,추리논증,논술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이나 경험 등이 도움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들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논술 모의고사를 치르고 회사에서는 몰래 인문과학 서적을 읽는다.

그러나 베리타스법학원의 류원기 원장은 "로스쿨 시험도 입시인 만큼 고시공부처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직장생활 중 짬짬이 공부해 운좋게 합격한다 해도 법학 지식이 없다면 입학 후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