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경제부처 통폐합 등 정부 조직 개편의 최대 효과로 내세운 것은 규제 개혁이다.

인수위는 당장 기업과 국민,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규제 개혁 요구가 많은 부처의 규제 담당 인력을 810명 줄이기로 했다.조만간 강도 높은 규제 개혁을 위한 로드맵도 만들기로 했다.특히 재계가 건의해 온 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완화나 폐지도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에 규제개혁추진단

인수위는 '규제개혁추진단'을 대통령실에 새로 두고 국정기획수석이 관장토록 해 주목된다.대통령의 리더십을 활용해 규제 개혁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자는 시스템이다.현재 총리실 산하의 한시적인 규제개혁기획단이 기업들의 애로를 듣고 해소해 주고 있으나 이는 소극적,단편적이라서 대통령이 정책적 판단을 내려 규제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17일 "그동안 국무총리실이 중심이 돼 규제 개혁 작업을 해 왔으나 장기적 정책사안에 대한 규제 완화는 어려웠다"며 "총리실의 규제 개혁 기능도 강화하되 국가과제로서 호흡이 긴 규제 개혁은 청와대가 주도권을 갖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호흡이 긴 주요 정책규제로는 출자총액제한제도,금융.산업자본 분리법,대기업집단지정제도,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을 꼽을 수 있다.이 중 출자총액제 폐지,금산분리법 완화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살리기' 주요 공약에 포함돼 있다.

인수위는 재계가 건의한 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지정제도도 동시에 완화하거나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수도권 집중 억제를 명분으로 1994년 도입된 수도권 공장총량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정책규제들 완화.폐지되나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대기업집단지정제도에 대한 재계의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폐지 여부를 결론 내리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다만 현행 수준보다는 크게 완화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지정제도는 상호출자 등 부당행위를 하기도 전에 미리 감시할 기업의 리스트를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현황을 보고받는 방식이어서 대표적 사전 규제이자 포지티브 규제로 꼽힌다.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기업집단지정,출자총액제한제 등의 업무를 하는 기업집단팀은 해체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대신 시장분석팀의 인력을 보강해 사후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의 경우 지방 경제 살리기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위원은 "지방 규제 완화를 전제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권역별로 경쟁력을 가지는 업종을 분석해 그와 관련된 인가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 주는 게 새 정부의 지방 발전 전략과 맞는다고 본다"면서 "이런 틀 안에서 수도권도 공해가 없고,입지 여건에 맞는 첨단산업 등은 모든 업종에 적용하는 일반적 규제에서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홍열/차기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