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의 후폭풍이 전방위로 불어닥치고 있다.당장 공공기관들은 정부 부처 통폐합으로 인해 이합집산이 불가피하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기업에 대대적인 수술을 가해 방만 경영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기능이 중첩됐던 각종 기금의 통폐합 논의도 빨라지고 있다.이 때문에 298개 공공기관에선 조직개편과 인력감축이 본격 이뤄질 전망이다.

민간 협회와 학회,각종 단체도 대부처로의 정부 조직 개편에 맞춰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산하기관 정리 불가피

공공기관 정리 1순위는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이 될 전망이다.애초부터 유사한 성격의 산하기관이 적지 않았던 데다 3개 부처가 지식경제부라는 하나의 부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3개 부처의 연구개발(R&D) 기능 통폐합 가능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산업기술평가원(산자부 산하)-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기부 산하)-정보통신연구진흥원(정통부 산하)의 통합이다.산자부 관계자는 "각종 연구기관도 기능과 성격을 면밀히 따져 유사하다면 통폐합한다는 게 정부조직 개편의 취지"라고 말했다.

정통부 산하기관은 크게 4군데로 나뉘게 된다.정보통신진흥기금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지식경제부 산하로 넘어가 산자부가 운영하는 산업발전기금 등과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도 수출진흥 등 역할이 비슷한 KOTRA로 통합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경우 콘텐츠 기능만 따지면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합쳐질 가능성이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지식경제부,전자정부 해외진출 지원 관련은 행정안전부 산하단체로 통합될 수 있다.

과학기술부가 인재과학부와 지식경제부로 해체되면서 산하 연구기관과 단체들도 이합집산 통폐합 기능축소 인력감축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 생명연구원 한의학연구원 등 기초 원천기술 분야는 인재과학부 산하에,전자통신연구원과 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산업기술 개발 연구원은 지식경제부 소속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마찬가지로 과학기술총연합회 등 과기단체들은 인재과학부로,산업기술진흥협회 등 산업기술 관련 단체들은 지식경제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기금.민간 협회도 통폐합

규모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부처 산하기관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재정경제부 산하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등은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아 통합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가 갖고 있는 기금들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각 기금 사업들은 다른 기금이나 예산사업과 심각하게 중복되는 경우가 많고,사업내용과 재원 간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과학기술진흥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서로 중첩되며 여성발전기금 장애인고용촉진기금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은 재원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복권기금의 사업은 일반예산의 공익사업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98개 공공기관 중 기능이 중첩되는 곳이 수십 개에 이르러 통합이 불가피한 데다 각종 직능단체나 협회 학회 등이 자율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통폐합하거나 정리되는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이 100개를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춘호/최명수/박준동/김동욱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