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행은 느려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은 비우고 눈은 크게 떠야 한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점거한 채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는 젖소 떼가 지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거나,해안가에서 우연히 노란눈펭귄 또는 바다사자를 만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섬의 퀸스타운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뉴질랜드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곳이다.

'여왕의 마을'이란 뜻의 퀸스타운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와카티푸 호수와 리마커블스 산맥이 빚어낸 비경이 특별한 매력을 뽐낸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에서는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나무그늘이 좋은 공원에서는 산책하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 거위들이 행진을 하기도 한다.

퀸스타운에서의 레포츠는 더 많은 쾌감과 즐거움을 안겨준다.퀸스타운에서 레포츠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퀸스타운 인포메이션센터를 찾는 것이다.'레포츠의 도시'답게 퀸스타운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에 관한 상담과 접수를 도와준다.

제트스키,래프팅 등 다채로운 레저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퀸스타운에서도 으뜸 레포츠는 번지점프다.남태평양 팬타코스트섬 원주민들의 성인식이었다는 번지점프는 헤켓이란 사람이 퀸스타운에서 처음 시도하며 세계의 젊은이들이 즐기는 레포츠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퀸스타운이 번지점프의 본고장이라 할 만하다.

47m 아래의 강물을 향해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카와라우 번지가 제일 유명하다.카와라우 번지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어서 그 느낌이 남다르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지는 짜릿함과 허공을 가를 때 느껴지는 상쾌함은 번지점프를 체험해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퀸스타운 보보스 힐 440m 정상에서 시작하는 패러글라이딩은 퀸스타운의 아름다운 전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매혹적인 와카티푸 호수를 하늘에서 조망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큰 인기를 끌고 있다.편안하게 와카티푸 호수를 감상하고 싶은 여행자들이라면 하루 3회 운항하는 증기선 언슬로호를 타거나 경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된다.1969년부터 주로 레저 크루즈로 이용되고 있는 언슬로우호는 800여 명의 여행자들을 태울 수 있다.

카와라우강과 숏오보강에서는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시내에서 20여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와라우강은 물살이 급하지 않아 초보자들이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이다.카라와우강 래프팅은 네 개의 코스로 나뉘어지며,전 코스를 타는 데에는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숏오보강은 1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총 18㎞ 4시간30분 코스를 즐길 수 있다.4m 높이의 폭포,170m 길이의 어두운 터널 등 스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로서 카와라우강에 비해 강도가 센 편이다.

퀸스타운에서 1시간반가량 빨간 버스를 타고 가면 영화 '남극일기'를 촬영하기도 한 설원에 도착한다.끝없이 펼쳐진 설원은 보는 이들을 음유시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활동적인 레포츠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발길이 닿는 대로 퀸스타운 시내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퀸스타운을 둘러싸고 있는 와카티푸 호수와 설산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여겨진다.태양이 서서히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늦은 오후의 퀸스타운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