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의 삶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막연하다.이럴 때 6하 원칙 즉,'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관점에서 자가진단을 해보면 은퇴 설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첫째 '언제 은퇴할 것인지' 본인의 예상 은퇴 시점을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만일 물가상승률을 3%,투자수익률을 10%로 가정했을 때,현재 35세인 사람이 은퇴 후 현재가치로 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쓰면서 85세까지 살기 위해서는 50세 은퇴시(은퇴생활 36년)에는 지금부터 매월 140만원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60세에 은퇴하면(은퇴생활 26년) 매월 55만원,70세에 은퇴하면(은퇴생활 16년) 매월 22만원만 불입하면 된다. 이처럼 경제활동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은퇴 준비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적은 소득원이라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은퇴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
둘째 은퇴 후 '어디서 생활하게 될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대도시의 실버타운에 살거나,귀농하거나,은퇴이민을 가고자 하는 경우에는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실버타운의 경우 '시설 및 택지비의 차이'와 '시공업체가 민간기업인지 지자체인지 여부'에 따라 입주비용에 큰 차이가 난다. 입주보증금 6억원에 월 생활비가 200만원에 달하는 50평대 최고급 도심형 실버타운이 있는가 하면 보증금 1000만원대에 관리비가 월 3만여원인 10평형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은퇴가 임박한 시점에 과도한 종부세, 대출이자 부담,사업 실패 등으로 뜻하지 않게 현 거주지를 떠나게 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셋째 은퇴 후 '누구와 함께 사느냐'도 중요한 변수이다. 배우자 없이 오랫동안 혼자 사는 경우,연로한 부모님이나 본인이 장기 간병해야 하는 경우,자녀와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지원해야 하는 경우 등 각각의 사정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참고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 말 기준 노부부의 월평균 생활비는 서울이 154만원,시나 광역시는 130만원,군 지역의 경우에는 97만원으로 조사됐다.
또 부부가 사별한 뒤 혼자 남은 배우자가 이후 10년간 이전 생활비의 70%를 쓴다고 가정하면 약 1억3000만원(서울 기준)이 더 필요하게 된다. 행복한 은퇴생활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건강을 잃어 장기간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므로 장기간병보험에 미리 가입해 부담을 줄이는 일도 필요하다.
넷째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다섯째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므로 CFP인증자 등 은퇴설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때 은퇴자금의 계산이나 필요한 금융상품의 가입 등과 같은 재무적인 문제 이외에 은퇴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비재무적인 문제는 본인 스스로가 여러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 주변에선 대기업 CEO에서 요리사로 변신하거나,남은 여생을 비영리기구에서 봉사활동으로 보내는 사례를 쉽게 접한다. 금전적인 부분 이외에 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은퇴라는 말 대신 '제2의 인생(second life)'이나 '재출발(restart)'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마지막으로 '왜' 지금 은퇴준비를 서둘러야 하는가에 대해선 장기투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리스크를 관리하거나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만 일찍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힘을 빌려 결과에 큰 차이를 불러 오는 이른바 복리효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일찍 시작할수록 이득이고 미룰수록 손해라면 당장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은퇴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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