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겨울철에는 가습에 많은 신경을 쓴다.겨울엔 공기가 차고 건조해 코와 목 부위 및 기관지의 저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고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따라서 집안의 온도와 습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가습기를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가습기는 용기의 밑부분에서 초음파를 발생시켜 물을 작은 입자로 쪼개어 내뿜는 초음파 방식과 열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가열식이 있다.가열식은 초음파식보다 분무량이 적고 전력 소모가 많은 단점이 있지만 더운 공기를 발생시키며 수증기 입자가 더 고르고 세균 오염을 방지할 수 있어서 더 권장할 만하다.최근엔 두 방식의 장점만을 본떠 만든 복합식이 생산되고 있다.

가습기는 사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우선 너무 장시간 사용하면 실내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세균이나 집먼지진드기 같은 미생물이 자라기에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대개 잠자기 30∼60분 전에 켰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끄는 게 좋다.낮엔 습도계를 놓고 적정 실내습도인 50∼60%를 초과하면 가습기를 끄고 환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가습기는 바닥에서 1m이상, 얼굴에서 1m이상 떨어진 곳에 놔둔다.가급적 사람과 멀리 두는 게 좋다.예컨대 방문을 연 채 거실에서 가습기를 가동하는 것도 방법.가습기 물은 하루 한 번씩 반드시 갈아주고 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가습기를 세척한다.초음파 가습기에 넣는 물은 정수기 물이나 끓였다가 식힌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항균용액을 넣어주면 더욱 좋다.

일부 언론에서 가습기를 오래 쓰면 필연적으로 슈퍼박테리아와 같은 무서운 병원체가 출현한다고 공포감을 조성하지만 가정 내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슈퍼박테리아는 현존하는 웬만한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세균으로 일반 가정보다는 병원,특히 일반병실보다는 중환자실에서 발생할 수 있다.이런 이유로 일부 병원에서는 가습기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또 알레르기 환자는 지나친 가습기 사용으로 실내 습도가 60%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아지면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 등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증식해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소아나 노인,특히 비염 천식 만성기관지염 등 만성 알레르기 및 호흡기질환 환자에게 습도가 낮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가습기 사용을 권하고 있다.그래서 가습기를 청결히 관리하고 실내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또 너무 오랜 시간 실내에서 가습기와 함께 생활하는 것보다는 하루 한두 차례씩 방안 공기를 환기시키고 밖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쏘이는 게 필요하다.

습도유지를 위해선 벽에 건조한 합판을 사용하거나 유성페인트를 칠하는 것보다 수분을 저장하는 효과가 나은 황토나 목재로 만든 벽을 채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그러나 높은 비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오히려 지하방처럼 실내가 외부와 밀폐돼 지나치게 습도가 높은 것과 반대로 개방식 고층아파트처럼 과도하게 건조한 것이 문제가 크므로 이런 곳에서의 적정 습도조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가습기의 문제점이 과장되게 부각되면서 천연가습법이 인기다.빨래 널기,숯에 수시로 물을 뿌리기,수경식물 재배하기,수족관에 물고기 키우기,키가 크고 잎이 넓은 관엽식물 키우기,실내분수 등의 천연가습법은 가습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하지만 실제 습도 조절 목적으로는 가습기를 사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가습기는 강제적인 습도 조절법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천연가습법으로 습도를 조절하면 더욱 좋겠지만 요즘처럼 습도가 낮은 계절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현인규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