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전 법무부장관(현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은 18일 "삼성 특검은 외과수술 하듯이 잘해야 한다"며 "환부는 도려내야겠지만 병을 고치려다 사람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회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은 검찰이 잘 수사하고 있는데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삼성은 국가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기업인 만큼 경영 활동에 지나치게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장관은 "삼성은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인데 일본 등 해외 경쟁사들이 (특검 수사를)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며 "무차별적으로 삼성이라는 회사를 해부하려고 하면 안되며 가급적 수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삼성도 투명경영,준법경영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겠지만 복잡한 규제,비현실적인 법,불법을 용인하는 관행을 그대로 두고 기업에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정치권도 비리와 부패가 싹트지 않는 법적,제도적 기초 환경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장관은 장관 재직시절 참여정부의 코드에 맞지 않는 친기업적 행보로 갈등을 빚다 지난 8월 결국 사임했었다. 이후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설립,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이 같은 생각은 이명박 당선인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어 국정원장 등 차기 정부 주요 요직의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란 주제의 강연에서도 "검사 시절 기업 비리 관련 수사를 할 때 기업인들이 정치인이나 권력자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정치자금을 만든다고 생각했었다"며 "그래서 부패의 원인,(부패의) 싹을 잘라 기초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약간의 편법만 동원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기업인들은 편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연줄이 동원되고 비자금이 마련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기업인들은 지뢰밭을 걷는 현실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경제현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불필요한 규제만 남아 있는 게 문제"라고 진단하고 "법률은 법적 안정성 때문에 경제보다 늦을 수밖에 없지만 그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침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당선돼 친기업적 정부 설립을 약속한 만큼 여러가지 좋은 방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듯 생활하던 기업인들의 마음이 봄눈 녹듯 녹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 전 장관은 다만 이 당선인에 대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잘 해석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가까이 가는 게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아니다. 가까이 오면 괴롭고 하나도 안 반갑다"며 "정부가 기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조언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