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R'의 공포 확산…'침체터널'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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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가 미국을 휘감고 있다.다름아닌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공포다.자고 일어나면 경기침체를 떠올리게 하는 지표들이 나타난다.제조업 산업생산 주택건설 소매판매 등 대부분의 지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마저 "금리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함께 사용해야 효과적"이라고 밝힐 정도니 이제 금리정책만으론 경기침체를 막기 힘들다는 인식마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침체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다.이를 미리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지표가 사용된다.그 중 하나가 'R지표'다.언론에 'recession'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면 할수록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지표다.최근엔 이 단어가 언론을 뒤덮고 있으니 가히 'R'의 공포라 할 만하다.
우선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미 전역의 제조업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작년 12월 47.7을 기록했다.이 지수가 50 밑으로 떨어지면 제조업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징후의 하나가 50 밑으로 떨어진 ISM지수"라고 말했다.
제조업경기 위축은 올 들어 더 뚜렷하다.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1월 마이너스 20.9를 기록했다.지난 2001년 10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이 지수가 0을 밑돌았다는 것은 제조업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나락에 빠진 주택경기 침체를 반영해 주택건설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작년 새로 짓기 시작한 주택은 125만3000가구로 전년에 비해 24.8% 감소했다.지난 1980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작년 12월의 신규주택 착공실적도 전달보다 14% 줄어든 101만가구(연율 환산 기준)에 그쳤다.1991년 이후 16년 만의 최저치다.
미 경제성장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마찬가지다.작년 12월 소매판매 실적은 0.4% 줄었다.다이아몬드 등 사치품은 물론 자동차 햄버거 커피 등 미국에선 생필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마저 잘 팔리지 않고 있다.신용카드 연체액은 늘어나고 있어 전화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R'의 공포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되는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작년 10월 10대 도시의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6.7% 하락(케이스-실러지수 기준)했다.전문가들은 최근 주택경기 침체가 1981~82년의 심각한 불황이 오기 직전에 4년 연속 주택건설이 줄어들었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의 부동산시장 침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용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이미 신용시장은 기능을 상실했다.금융회사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추세다.씨티그룹과 메릴린치는 작년 4분기에만 각각 181억달러 및 146억달러의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자산을 손실처리했다.이로써 월가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손실액은 1000억달러를 훨씬 넘었다.일부에서는 손실액이 3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빌리면 "사전적 의미의 경기침체에 관계없이 심리적 경기침체는 이미 진행 중"이다.가히 'R'의 공포시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경기침체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다.이를 미리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지표가 사용된다.그 중 하나가 'R지표'다.언론에 'recession'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면 할수록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지표다.최근엔 이 단어가 언론을 뒤덮고 있으니 가히 'R'의 공포라 할 만하다.
우선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미 전역의 제조업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작년 12월 47.7을 기록했다.이 지수가 50 밑으로 떨어지면 제조업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징후의 하나가 50 밑으로 떨어진 ISM지수"라고 말했다.
제조업경기 위축은 올 들어 더 뚜렷하다.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1월 마이너스 20.9를 기록했다.지난 2001년 10월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이 지수가 0을 밑돌았다는 것은 제조업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나락에 빠진 주택경기 침체를 반영해 주택건설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작년 새로 짓기 시작한 주택은 125만3000가구로 전년에 비해 24.8% 감소했다.지난 1980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작년 12월의 신규주택 착공실적도 전달보다 14% 줄어든 101만가구(연율 환산 기준)에 그쳤다.1991년 이후 16년 만의 최저치다.
미 경제성장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마찬가지다.작년 12월 소매판매 실적은 0.4% 줄었다.다이아몬드 등 사치품은 물론 자동차 햄버거 커피 등 미국에선 생필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마저 잘 팔리지 않고 있다.신용카드 연체액은 늘어나고 있어 전화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R'의 공포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적되는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작년 10월 10대 도시의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6.7% 하락(케이스-실러지수 기준)했다.전문가들은 최근 주택경기 침체가 1981~82년의 심각한 불황이 오기 직전에 4년 연속 주택건설이 줄어들었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의 부동산시장 침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용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이미 신용시장은 기능을 상실했다.금융회사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추세다.씨티그룹과 메릴린치는 작년 4분기에만 각각 181억달러 및 146억달러의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자산을 손실처리했다.이로써 월가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손실액은 1000억달러를 훨씬 넘었다.일부에서는 손실액이 3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빌리면 "사전적 의미의 경기침체에 관계없이 심리적 경기침체는 이미 진행 중"이다.가히 'R'의 공포시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