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 가동 중인 자사 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가로 본사가 '배출권'을 얻는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외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면 그만큼의 배출권을 인정해주는 유엔의 이산화탄소 감축 프로그램에 해외 자사 공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은 해외 40개 공장에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열병합 발전설비를 도입키로 했다.제조공정에서 나오는 증기를 에너지로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다.여기서 줄인 배출량은 유엔의 승인을 얻어 본사가 '배출권'으로 얻는다는 계획이다.



소재 업체인 아사히글라스는 인도네시아의 2개 공장에 수십억엔을 투자해 연료를 중유에서 천연가스로 바꿨다.올해 중 유엔으로부터 승인받는 것을 목표로 연간 약 8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예정이다.이 규모는 아사히글라스가 일본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의 3.2%에 해당한다.

스미토모임업은 인도네시아에서 나뭇조각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설비를 내년 봄부터 본격 가동한다.캔 제조회사인 도요사이칸은 태국의 맥주캔 공장에 30억엔(약 265억원)을 들여 에너지 효율을 높인 생산라인을 신설했다.모두 유엔에 배출권 획득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이 배출권을 얻기 위해 지금까지 유엔에 신청한 사례는 100여 건에 달한다.대부분 전력회사나 종합상사가 개발도상국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해주거나 현지 기업에 환경 기술을 전수해준 경우다.

배출권 획득 사업에 해외 자사 공장을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해외 자사 공장에 환경 투자를 해 에너지 효율 등이 높아지면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데다 본사가 이산화탄소 배출권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똑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투자비가 환경설비가 상당히 갖춰진 일본 내 공장보다는 덜 갖춰진 해외 공장에서 적게 든다는 점도 매력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