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 … 서브프라임 넘기면 회복될 것"

'한국투자공사(KIC)는 괜찮을까.'

미국 메릴린치 주가가 지난 17일 10% 넘게 급락하면서 20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은 KIC의 투자 성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메릴린치가 최근 KIC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수혈을 했는데도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일부에선 KIC가 너무 성급하게 투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KIC와 금융계에 따르면 전날 메릴린치의 주가 급락은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 것과 관련이 있다.메릴린치는 작년 4분기에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자산 상각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인 98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2.4배나 많은 규모다.

문제는 앞으로다.앞으로 남은 부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힘든 데다 미국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KIC 입장에선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KIC가 이번에 인수한 의무전환우선주는 연 9%의 배당을 받다가 2년9개월 뒤 보통주로 전환하는 조건이다.KIC의 손익이 엇갈리는 시점은 2년9개월 뒤,즉 보통주 전환을 할 때다.

이 때의 손익계산은 메릴린치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일단 주가가 61.3달러를 넘으면 KIC가 무조건 유리하다.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61.3달러에 전환할 수 있어 오르는 만큼 이익이다.주가가 52.4달러에서 61.3달러 구간에선 시세대로 전환된다.하지만 주가가 52.4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KIC가 불리하다.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52.4달러로 전환해야 하는 만큼 손해가 커진다.지난 17일 메릴린치 주가는 49.45달러에 마감,이미 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단 KIC가 전환기간 중 연 9%의 배당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릴린치 주가가 39.4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원금을 까먹지는 않는다.하지만 KIC의 수익률이 연 7%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원금을 손해보지 않는다고 해서 좋아할 처지는 아니다.

이와 관련,금융계에선 KIC가 글로벌 투자은행에 투자한다는 원칙은 좋지만 주가 하락에 대한 대응장치 마련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리딩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투자공사가 블랙스톤에 투자해 31%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KIC가 신중한 태도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I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단기투자가가 아니다"며 "이번 딜을 할 때 4분기 실적 악화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말했다.그는 또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사례를 볼 때 메릴린치도 서브프라임 사태만 넘기면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