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휴일인 지난 13일 자택에서 장시간 '정부조직 개편안'을 심사숙고했다.대선 이후 휴일마다 찾던 교회 예배를 건너뛰고 그 좋아한다던 테니스마저 일정에서 빼버렸다.이를 두고 측근들은 "장고(長考) 중"이라고 의미를 달았다.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이 당선인의 고민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평소 '달리면서 쉬자'는 좌우명을 가진 당선인답게 대선 이후 지인들과 테니스를 치고 일요일엔 가족과 예배를 다니지만,중요한 '터닝포인트' 지점에서는 철저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대선이 끝난 이후 이 당선인의 지난 한 달은 예상대로였다.특유의 추진력으로 '국정 개조'와 '이명박 체제' 만들기에 나서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삼청동 인수위원회로 집중시켰다.인수위 안팎에서는 "전광석화"라는 말도 나온다.불과 한 달 사이 수십년된 정부조직을 송두리째 뜯어고치는가 하면 역대 당선인 중 가장 많은 실물 경제인들과 만났다.이 당선인이 그간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변화' '자율' '실용' '일자리' '친기업'이었다.그가 추구하는 경제와 사회 선진화의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정부조직 개편 발표 직후 이 당선인은 각 정당을 잇따라 방문하며 직접 개편안을 설명하고 원만한 국회 통과 협조를 요청했다.헌정사상 당선인이 직접 정당을 찾아 정부조직 개편 설명회를 갖기는 처음이다.모 정당의 대표가 "정부 부처에 너무 메스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내자 "누가 혁명을 하나,부처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별로 통합하는 것"이라며 논란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퇴출 위기에 내몰린 일선 부처 공무원에게는 '공직자 신분 안정'을 표시하며 내부 동요를 차단했다.개혁과 화합 사이에서 고심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이 당선인은 또 일 앞에서는 소위 '계급장'을 중시하지 않는 철저한 '실용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인수위 전체회의에선 논쟁까지 가는 자유토론이 계속되고,업무 보고시에는 당선인이 갑자기 일어나 일회용 커피를 타먹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격식보다 실리,자기 역할을 알아서 찾는 당선인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어색해하는 사람도 없다.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의 카니발을 지금도 타고 다니며 청와대가 제공한 벤츠 차량을 돌려보냈다."빨리 이동하기에 가장 편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