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벤처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에 50억 출자

건국대가 창업투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만든 벤처펀드에 50억원을 출자했다.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대학 기금에서 고수익.고위험 분야인 창투 펀드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대표 최병원)는 최근 1360억원 규모로 결성한 창투 펀드인 '스틱 세컨더리 펀드Ⅱ'에 건국대로부터 50억원을 출자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최병원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여간의 협의 끝에 투자가 성사됐다"며 "펀드 규모에 비해 투자액은 크지 않지만 대학이 벤처펀드에 투자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이어 사립대 등 사학재단 기금의 자금 유치를 벤처투자 자원 확대의 관건으로 여기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 대표는 "국내 일부 사립대 기금의 경우 보유 자금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해외 유명 대학만큼 천문학적인 운용 규모는 아니지만 중요한 벤처 투자기관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대학 기금의 입장에서도 불충분한 대학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자금의 주된 운용방법인 은행의 정기예금 이외에 다양한 수익원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국대 법인 사무국의 정해성 재무과장은 "국내 대학기금의 수익률은 정기예금 금리 수준인 연 5~6%대로 해외 유명 대학의 15~20%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 국내 대학 기금들도 고수익 사업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하지만 대학들은 워낙 보수적이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게 특징"이라며 "이번 출자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 경험도 쌓고 세컨더리 펀드가 일반 창투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판단 아래 이뤄졌다"고 말했다.

세컨더리 펀드는 기존 창투조합이 조합 해산일까지 기업공개(IPO) 등과 같은 방법으로 처분하지 못한 주식 가운데 유망한 주식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펀드다.

신규 벤처의 신주에 투자하는 일반 창투조합인 '프라이머리' 펀드에 비해 안정적인 게 특징이다.

최 대표는 "이번 펀드는 자금의 절반은 창투조합 구주,나머지는 벤처 M&A(인수합병)에 투자하는 펀드"라며 "펀드 운용을 잘 해서 대학이 벤처펀드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기록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