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대중화로 패션계를 선도했던 옛 명성을 되찾겠습니다.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브랜드를 확장시키기보다 제품의 질,디자인과 고객 서비스 향상을 통해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가는 '정도경영'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조이너스.꼼빠니아.예츠.메이폴.트루젠 등 6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토종 패션업체 나산이 인디에프로 간판을 바꿔달고 2008년 재도약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부터 이 회사의 재기를 이끌고 있는 김기명 대표(52)는 20일 리모델링해 새단장을 마친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인디에프는 1990년대 중반까지 연매출 4000억원대를 올리며 패션업계를 선도해오다 계열사의 무리한 유통망 확장으로 부도를 맞고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의류 수출로 연간 4000억~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아상역에 인수되면서 다시 태어났다.

김 대표는 "인디에프는 법정관리를 받으면서도 6개 브랜드를 통해 700개의 유통망에서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꾸준한 실적을 일궈왔다"며 "기존의 노후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층을 지키면서 새로운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브랜드 리뉴얼을 해나겠다는 것.

조이너스와 꼼빠니아는 지금까지처럼 가두점을 중심으로 이끌고,예츠는 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백화점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 외국계 무역회사와 월마트에서 의류 구매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패션전문가다.

월마트 재직시절 의류를 납품하던 세아와 인연을 맺었고,국내 무역회사인 최신물산 대표로 취임해 조용한 변화 속에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낸 성과를 세아상역의 김웅기 회장으로부터 인정받아 인디에프의 대표자리에 앉게 됐다.

그는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거나 회사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등 당장 눈에 확 띄는 변화보다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디자인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는 조용한 변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9년의 법정관리 기간 중 가라앉은 직원들의 사기부터 회복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또 "인디에프가 해외 20여곳에 공장을 둔 제조업체 세아상역과 만나 제품생산에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월마트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던 의류 제조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아 원가절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확신했다.

올 7월 완공될 개성공단의 의류제조 공장을 통해 이러한 성과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