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 '호텔형' ㆍLG텔 '택지개발형'ㆍKTF '콘도형'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휴대폰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런데 망을 개방하는 정도나 방식에서 이동통신 3사 간에 차이가 뚜렷하다.

후발업체들은 협력사 권한을 확대해 시장을 키우는 전략을,선발업체는 자사가 주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을 '호텔형',KTF를 '콘도형',LG텔레콤을 '택지개발형'이라고 분류한다.

2005년 말 128개에 불과했던 망개방 업체는 2년 후인 작년 말에는 9배에 가까운 1015개로 늘어났다.

2004년 말 SK텔레콤과 인터넷기업협회가 무선망이나 서버 임대 조건,휴대폰 정보 공개 등에 합의한 이후 망개방 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망개방 시장을 주도하는 이동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이동전화 가입자의 50.5%를 보유한 덕분에 협력 계약을 맺는 업체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2005년 말 97개에서 작년 말엔 820개로 늘어났다.

망개방 업체를 위한 서버,결제 인프라는 물론 외부 무선 사이트를 검색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오픈아이'라는 관문까지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인프라가 좋고 시장이 크다는 점에서 '호텔형'으로 불린다.

논란도 있다.

네이버는 최근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네이트'에 검색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독자 무선 포털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원인은 SK텔레콤이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스템을 잘 갖췄고 시장도 크지만 정작 SK텔레콤 물건만 잘 팔린다는 비판적 의미로 'E마트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목 좋은 곳에 진열한 E마트 자체 상품만 잘 팔린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올 들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LG텔레콤은 SK텔레콤과 달리 협력사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전략을 택했다.

망개방 업체가 휴대폰 바탕화면 서비스 '오늘은'을 이용해 서비스 할 때도 별다른 제한이 없고 망개방 사이트 '오픈존' 진입도 자유롭다.

망개방 업체가 LG텔레콤 망을 이용할 뿐 서비스 전략이나 구성은 얼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만 무선망개방 사업에 뒤늦게 나선 탓에 결제 등 망개방 업체 지원 인프라는 SK텔레콤에 비해 취약하다.

이 때문에 LG텔레콤의 망개방 전략을 '택지개발형'이라고 부른다.

도시 개발을 위해 택지만 조성해 주고 나머지는 건설업체가 알아서 한다는 의미다.

KTF의 망개방 전략은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중간에 가깝다.

SK텔레콤에 비해서는 사업 자유도가 높고 LG텔레콤에 비하면 지원하는 인프라의 종류가 많다.

그래서 웬만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대신 밥은 사용자가 직접 지어 먹어야 하는 '콘도형'으로 불린다.

이동원 KTF 전무는 "PC통신 수준의 무선인터넷이 인터넷으로 전환하면서 개방과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성인물을 이용해 불법으로 과금하는 망개방 업체도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있어 이통사마다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