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에 따른 손실 책임으로 11억4300만달러(1조600억원) 규모의 손해 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도 서브프라임 손실로 자치단체인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시와의 법적 분쟁에 직면했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은행들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저지 최대 항만 컨테이너업체인 마어 터미널 전 소유주인 브라이언,마실 마어 형제는 리먼브러더스가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리스크가 높은 채권에 투자해 2억86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며 지난 17일(현지시간) 금융산업감독청(FINRA)에 소송을 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미국 투자은행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으로는 최대 규모다.

고소인들은 회사 매각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가운데 6억달러를 안전한 지방채 등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으나 리먼이 최근 신용경색 여파로 매도가 어려워진 회사채에 투자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마어 형제는 리먼 측과 중재를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손실금 2억8600만달러와 이자 및 법적 비용 8억5700만달러 등 총 11억4300만달러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리먼 측은 "고소인들은 전문적인 투자 컨설턴트를 따로 두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리먼)의 투자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4분기에 98억3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해 금융시장에 파장을 몰고온 메릴린치도 대규모 소송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프링필드시는 "시의 투자자문을 맡고 있는 메릴린치가 위험에 대한 충분한 공지 없이 시가 운용하는 펀드에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을 편입토록 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스프링필드시의 관련 펀드 평가액은 1390만달러에서 12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소송에 떠는 것은 금융사뿐이 아니다.

미국의 한 연기금은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 대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비롯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의 등급 평가를 잘못 매겨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미 도미노 '소송 사태'로 번지고 있다.

경제컨설팅업체 NERA에 따르면 2007년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은 207건으로 2006년 131건에 비해 58%나 증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기업 및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