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

모든 이들이 꿈과 소망을 안고 시작하는 여느 새해와는 달리 국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주가가 급락하고,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인 씨티와 메릴린치가 잇따라 예상보다 큰 손실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잠잠했던 물가문제마저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한은의 목표 범위를 벗어난 전년동월 대비 3.6%,소비자 생활물가지수는 이보다 높은 4.8%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를 선행하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경우 더욱 가파르다.

최근의 물가급등 현상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특히 한국의 최대 수입 상대국인 중국의 물가급등은 그대로 국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물가불안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 및 원자재와 농산물의 가격급등에서서 기인한다.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대국 신흥국가의 고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에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투기적 수요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옥수수 등을 사용한 바이오 에너지개발 붐도 곡물의 수급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오래 전에 국제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읽었으며,국제에너지기구(IEA)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물가급등이 구조적 수급불안에 기인한 만큼 일시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더욱이 우리는 장기간의 금융완화정책 여파로 경제성장에 필요한 적정 규모 이상의 돈이 풀린 상태다.

금융당국의 다양한 긴축 조치에도 은행들의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등으로 통화량 증가율은 지금도 두 자릿수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과잉유동성은 언제든지 부동산 주식 등 초과수익이 존재하는 곳으로 유입돼 해당 자산의 가격을 쉽게 급등시킬 수 있다.

따라서 물가안정이 새해에 시급한 경제과제로 부상되고 있는 바,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먼저 정부정책 면에서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아니지만 경기회복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경우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는 거시적 확장정책보다 시중의 풍부한 자금을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시킬 수 있는 미시적 방안이 바람직하다.

또한 원유와 곡물 등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해외 유전개발 등 자원 확보에 우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수입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만일의 경우 예상되는 투기적 수요도 사전 차단해야 한다.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통화당국의 확고한 긴축의지도 중요하다.

사실 통화당국은 환율하락 등에 의해 형성된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지속했다.

일례로 2004년 카드위기에서 벗어나 경기가 회복되던 시기에도 금리인하를 지속했다.

2004년 11월 당시 통화당국은 콜금리 목표 수준을 사상 최저치인 3.25%까지 낮췄으며,이 수준은 약 1년간 지속됐다.

그 사이 부동산 가격만 무섭게 급등했다.

물론 현재 경기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원화환율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물가와 자산시장 안정을 위해 점진적으로 과잉유동성을 흡수하는 등 긴축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만일 물가가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틈을 타 완화정책으로 돌아선다면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면서 자칫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충분히 물가나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통화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통화당국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