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수고등학교의 권재원 교사(45)는 지난해 5월부터 수업 시간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간한 '고교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차세대 경제교과서가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그래프 등 경제 교육에 유용한 요소도 많다는 것이 권 교사의 설명이다.

고교 경제교과서는 450쪽 분량으로 일반교과서(250쪽)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학교에 비치된 책이 두 권뿐이어서 수업 시간 전에 필요한 부분을 복사해 학생들에게 나눠줘 보조 자료로 쓸 수 있게끔 하고 있다.

권 교사는 "일상생활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사례가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GNI(국민총소득) 등 기존 교과서에서는 배우기 힘든 개념들도 충실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이 발간된 지 8개월 정도 지났다.

일선 교사들은 대부분 "수업 시간에 활용해 본 결과 학생들이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게 됐다"는 평가다.

이 고교용 경제교과서는 현재까지 총 4만6000부가량이 배포됐다.

전경련 측은 "지금도 경제교과서를 받아보고 싶어하는 교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오는 2월 중학생용 경제교과서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고등학생용 경제교과서의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중학생들에게도 올바른 경제지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2학년 때부터 경제를 별도과목으로 배우게 돼 있는 고교 과정과 달리 중학교 과정에는 경제 과목이 따로 없고 사회 과목에 통합돼 이뤄지고 있는 점도 중등용 경제교과서를 만들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총 7단원 가운데 2단원만이 경제에 할애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유치원 때부터 체계적으로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미국은 학교와 민간단체의 긴밀한 협의 아래 경제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으로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 등 비정부기구들이 큰 역할을 맡고 있다.

NCEE는 유치원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단계별로 80여종의 다양한 경제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일선 교사들은 이를 수업에 활용한다.

일본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생산ㆍ소비 활동 등 기초적인 경제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경제관념을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교육 덕분에 미국과 일본 고교생의 경제 이해력은 우리나라 학생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미국 고교생의 경제 이해력 수준은 61.2점,일본은 57.3점,한국은 55.7점으로 한국이 세 나라 중 꼴지였다.

중학생의 경우 격차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택수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은 "소비 등 경제 활동에 대해 본격적으로 눈뜨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에게 경제 마인드를 심어줘야 한다"며 "이 같은 경제교육은 소비자로서 올바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직장 등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효과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동민 대한상의 윤리경영팀장은 "기업의 부정적인 면을 먼저 가르치는 현재의 교육제도 아래서는 학생들이 올바른 경제 개념을 가지기 어렵다"면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경제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