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를 아사히야마 동물원처럼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웬 동물원? 이유가 있었다.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가와시(旭川市)의 작은 동물원이 폐원 일보 직전 놀라운 혁신으로 연간 300만명 이상 찾는 일본 최고 동물원이 된 것이다.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은 1967년 문을 열었다. 75년 누적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했으나 80년대 들어 테마파크에 밀려 관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남들처럼 놀이시설을 들여놨지만 효과는 잠깐,관객은 다시 줄어들었다.

95년 시의회는 동물원에 폐쇄 혹은 민간 매각 권고 결정을 내렸다.

고스케 마사오(小菅正夫) 원장은 그러나 시장과 담판,예산을 얻어냈다.

'어린이 목장''새의 마을' 같은 새 시설을 만들고 '아사히야마 동물원 클럽'이란 시민모임을 발족시켰다.

동물원의 목적과 진정한 가치에 주목,동물은 습성대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관객은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는 '행동 전시'개념을 도입했다.

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침팬지를 위해 스카이브리지를 만드는가 하면 투명한 펭귄관 아래쪽에 통로를 개설,펭귄이 상승 하강하고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도록 꾸몄다.

"아사히야마에선 펭귄이 날아다닌다"는 소문과 함께 관객이 몰려들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통해 본 창조적 디자인 경영'을 펴낸 이병욱 전경련 산업본부장(상무)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연구 분석,'디자인 경영'이야말로 21세기 경쟁 및 혁신의 키워드라고 주장했다.

또 디자인 경영의 핵은 고객 중심 마인드와 구성원들의 학습,상상력의 현실화라고 덧붙였다.

아사히야마에선 75년부터 사육사들이 매월 동물들의 특이점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상상을 시각화한데다 리더가 이들의 경험가치와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했다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기존 지식은 언제든 무용지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야마의 성공은 무용지식에 의존하지 않은 디자인 경영의 결과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