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오토쇼가 열리고 있는 요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10년 전의 3분의 1로 떨어졌고 포드는 같은 기간 최고경영자(CEO)를 세 번이나 갈아치웠다.
크라이슬러는 1998년 이후 소유자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상황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제 세 회사의 경영자들은 회사 정상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만일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정상화될 수 있다면 그것은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의 사장인 스티브 밀러(66)와 론 게텔핑거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위원장(63) 덕분이다.
이들이 지난 2년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의 사장인 밀러는 1980년대 크라이슬러부터 시작해 1990년대 페더럴모굴,웨이스트매니지먼트,베들레헴스틸 등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려 내 명성을 얻었다.
그런 그가 2005년 10월 델파이의 파산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을 때 미국 산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매출액 260억달러인 델파이의 파산은 당시로선 가장 큰 규모였다.
밀러는 "델파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시간당 28달러에서 9달러로 깎아야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단순 노동자보다 지식 노동자가 더 가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게텔핑거 위원장은 즉각 밀러를 무법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20개월 동안 회담한 후 델파이와 노조는 결국 타협안을 내놓았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절반 수준인 시간당 14~18.5달러로 떨어졌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는 대가로 근속 연수에 따라 최고 14만달러까지 회사 주식을 받게 됐다.
지난해 가을 UAW는 회사들이 전액 부담하던 퇴직자 의료 서비스를 UAW가 운영하는 신탁 기금으로 옮기는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다.
회사들은 달러당 60센트를 적립해 주기로 약속했다.
UAW는 신입 직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이중 임금 체계에도 합의했다.
그리고 노동자를 해고할 때 노동자에게 회사 주식을 한꺼번에 주는 계획에도 합의했다.
UAW가 누적 총액 880억달러에 이르는 퇴직자 의료보장 비용 부담을 덜어 주지 않았다면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들은 몇 년 안에 무너졌을 것이다.
회사들은 덕분에 최고의 차를 만드는 데 시간과 돈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연구센터장인 데이비드 콜은 게텔핑거를 '디트로이트 올해의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그 사이 델파이는 파산 절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 2년 동안 연봉 1달러만 받았던 밀러에게 83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다.
밀러와 게텔핑거가 GM,포드 그리고 크라이슬러에 현재의 위기를 수습할 시간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밀러는 UAW와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에 진지한 각성을 촉구했고 게텔핑거는 무시해서는 안 될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폴 인그라시아 전 다우존스통신 사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Two Heroes of Detroit'를 정리한 것입니다.